'기계 메카' 창원, 실업급여 창구 북새통…군산産團엔 잡초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위기탈출! 新제조업이 희망이다
(1) 무너지는 '한국 제조업 벨트'
車·조선·기계 침체에
창원産團 생산 3년새 14%↓
23개 대기업도 적자 반전
무급·순환휴직 후폭풍
(1) 무너지는 '한국 제조업 벨트'
車·조선·기계 침체에
창원産團 생산 3년새 14%↓
23개 대기업도 적자 반전
무급·순환휴직 후폭풍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실직했다는 말을 차마 못 했습니다.”
15일 경남 창원시 상남동 창원고용복지플러스센터 3층 실업급여 창구 앞. 최모씨(44)는 “집엔 출근한다고 말한 뒤 여기로 왔다”고 했다. 금속가공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던 그는 지난달 해고됐다. 실업수당 수령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 교육장엔 20대부터 50대 중년 남성까지 100여 명이 앉아 있었다. 올해 1분기 창원센터 실업급여 신청 건수는 5855건. 작년 1분기(5265건)보다 10% 넘게 늘었다.
자동차와 조선, 기계산업이 쇠락하면서 창원, 군산, 부산 일대가 ‘한국판 러스트 벨트’로 전락하고 있다. 러스트 벨트는 과거 미국의 대표적 공업지역이었지만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낙후된 디트로이트와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지역을 말한다. 대기업까지 적자로 돌아서
1975년 가동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기계와 전자, 중공업 관련 제조업 공장 2700여 곳이 모여 있어 ‘한국 제조업의 메카’로 불렸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중국의 추격 속에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일감이 줄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운 미국, 일본과의 기술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창원산단은 기술에선 선진국에 뒤처지고, 가격 경쟁력에선 중국에 밀리는 한국 제조업의 ‘넛 크래커’ 처지를 보여준다. 창원산단 생산 실적은 2015년 58조6321억원에서 지난해 50조3009억원으로 3년 새 14.2% 감소했다.
현대위아와 두산중공업,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창원에 공장을 둔 23개 유가증권 상장사는 지난해 5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 4347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올 들어선 대기업의 구조조정도 본격화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일부터 1~6개월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한국GM 창원공장도 판매 부진 여파로 근무 형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산중공업과 방산업체 S&T중공업은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지난해 창원 실업률은 4.0%로 전국 평균(3.5%)을 웃돌았다. 김효상 창원 고용복지플러스센터 팀장은 “대기업이 생산을 줄이면 중소기업은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 떠나자 무너진 지역 경제
2017년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이어 지난해 한국GM 공장까지 문을 닫은 군산은 도시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군산지역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7조4700억원. 2015년(9조8000억원)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로 400여 명이 일하던 크레아 군산공장 야적장엔 어른 키 높이만큼 자란 잡초가 무성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때 월매출이 100억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30명의 직원이 한 달에 3억원 매출 올리기도 벅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군산산단 중심가에 자리잡은 오식도동 먹자골목은 점심시간인데도 썰렁했다. 유리창에 ‘임대·매매’ 문구를 내붙인 가게가 수두룩했다. 한 상가는 가게 6곳 중 미용실 한 곳을 빼고 모두 비어 있었다.
경남 거제와 통영도 조선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거제 실업률은 7.1%. 154개 시·군별 실업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통영 실업률(6.0%)은 거제 다음으로 높다. 지역 제조업체 중 매출 1, 2위인 르노삼성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이 동반 위기에 빠진 부산도 ‘제2의 군산’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강성노조의 파업과 ‘일감절벽’ 탓에 가동 중단이 잇따르면서 지역 내 부품업체가 고사위기에 내몰렸다.
고용 줄어들자 사람도 떠나
제조업 부진은 고용 및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국가산단의 전체 고용 인원은 2015년 111만983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작년 말엔 100만 명(99만7377명) 선이 무너졌다. 군산에선 협력사를 포함해 현대중공업(5200여 명)과 한국GM(1만2000여 명)에서만 2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난 2년간 군산 인구는 5000명가량 줄었다.
군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2015년 1.5명에서 2017년 1.2명으로 0.3명 줄었다.
군산산단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한 중견기업 사장은 “종합병원과 중·고교 같은 인프라가 없는 산단에는 공장을 지어도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2010년 마산과 창원, 진해 통합 당시 108만 명에 달했던 창원 인구도 2013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매년 5000여 명이 창원을 떠나 현재 인구는 105만 명 선이 무너졌다. 거제 인구도 올 1분기에만 1500명가량 줄면서 22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창원·부산=김보형/군산=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
15일 경남 창원시 상남동 창원고용복지플러스센터 3층 실업급여 창구 앞. 최모씨(44)는 “집엔 출근한다고 말한 뒤 여기로 왔다”고 했다. 금속가공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던 그는 지난달 해고됐다. 실업수당 수령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 교육장엔 20대부터 50대 중년 남성까지 100여 명이 앉아 있었다. 올해 1분기 창원센터 실업급여 신청 건수는 5855건. 작년 1분기(5265건)보다 10% 넘게 늘었다.
자동차와 조선, 기계산업이 쇠락하면서 창원, 군산, 부산 일대가 ‘한국판 러스트 벨트’로 전락하고 있다. 러스트 벨트는 과거 미국의 대표적 공업지역이었지만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낙후된 디트로이트와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지역을 말한다. 대기업까지 적자로 돌아서
1975년 가동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기계와 전자, 중공업 관련 제조업 공장 2700여 곳이 모여 있어 ‘한국 제조업의 메카’로 불렸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중국의 추격 속에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일감이 줄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운 미국, 일본과의 기술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창원산단은 기술에선 선진국에 뒤처지고, 가격 경쟁력에선 중국에 밀리는 한국 제조업의 ‘넛 크래커’ 처지를 보여준다. 창원산단 생산 실적은 2015년 58조6321억원에서 지난해 50조3009억원으로 3년 새 14.2% 감소했다.
현대위아와 두산중공업,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창원에 공장을 둔 23개 유가증권 상장사는 지난해 5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 4347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올 들어선 대기업의 구조조정도 본격화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일부터 1~6개월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한국GM 창원공장도 판매 부진 여파로 근무 형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산중공업과 방산업체 S&T중공업은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지난해 창원 실업률은 4.0%로 전국 평균(3.5%)을 웃돌았다. 김효상 창원 고용복지플러스센터 팀장은 “대기업이 생산을 줄이면 중소기업은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 떠나자 무너진 지역 경제
2017년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이어 지난해 한국GM 공장까지 문을 닫은 군산은 도시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군산지역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7조4700억원. 2015년(9조8000억원)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로 400여 명이 일하던 크레아 군산공장 야적장엔 어른 키 높이만큼 자란 잡초가 무성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때 월매출이 100억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30명의 직원이 한 달에 3억원 매출 올리기도 벅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군산산단 중심가에 자리잡은 오식도동 먹자골목은 점심시간인데도 썰렁했다. 유리창에 ‘임대·매매’ 문구를 내붙인 가게가 수두룩했다. 한 상가는 가게 6곳 중 미용실 한 곳을 빼고 모두 비어 있었다.
경남 거제와 통영도 조선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거제 실업률은 7.1%. 154개 시·군별 실업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통영 실업률(6.0%)은 거제 다음으로 높다. 지역 제조업체 중 매출 1, 2위인 르노삼성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이 동반 위기에 빠진 부산도 ‘제2의 군산’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강성노조의 파업과 ‘일감절벽’ 탓에 가동 중단이 잇따르면서 지역 내 부품업체가 고사위기에 내몰렸다.
고용 줄어들자 사람도 떠나
제조업 부진은 고용 및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국가산단의 전체 고용 인원은 2015년 111만983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작년 말엔 100만 명(99만7377명) 선이 무너졌다. 군산에선 협력사를 포함해 현대중공업(5200여 명)과 한국GM(1만2000여 명)에서만 2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난 2년간 군산 인구는 5000명가량 줄었다.
군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2015년 1.5명에서 2017년 1.2명으로 0.3명 줄었다.
군산산단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한 중견기업 사장은 “종합병원과 중·고교 같은 인프라가 없는 산단에는 공장을 지어도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2010년 마산과 창원, 진해 통합 당시 108만 명에 달했던 창원 인구도 2013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매년 5000여 명이 창원을 떠나 현재 인구는 105만 명 선이 무너졌다. 거제 인구도 올 1분기에만 1500명가량 줄면서 22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창원·부산=김보형/군산=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