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덜 낳아도 간편이유식 시장은 '쑥쑥'
이유식 브랜드 ‘팜투베이비’를 운영하는 ‘청담은’은 2013년 설립됐다. 정보통신기술 전문기업 남선산업이 식품업 진출을 위해 세운 자회사다. 당시 직원 수는 15명, 2014년 매출은 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5년 뒤인 지난해 매출이 115억원으로 커졌다. 청담은은 2017년 모기업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고 독립했다. 김미진 마케팅팀 과장은 “사업 초기 배송이 지연되자 직원이 경남 거제까지 소비자를 찾아가 이유식을 전달하는 등 신뢰를 쌓아온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시장 규모 1000억원 추산

영·유아가 먹는 간편이유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 출산율은 떨어지는데도 이유식 구매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유식 품질이 집에서 조리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진 데다 “이유식을 만들 시간에 아이들과 놀아주겠다”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신생아 수는 48만4600여 명, 합계출산율이 1.3명이었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32만6900여 명으로 줄었고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명 이하(0.98명)로 떨어졌다. 2021년에는 0.86명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반면 간편이유식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유식 시장은 2014년 403억원에서 2016년 62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유식업계에선 “최신 자료는 없지만 올해엔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편이유식업계 1위인 베베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 매출이 늘었다. 2014년 182억원이던 매출은 2016년 390억원, 지난해에는 525억원까지 증가했다.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자 대기업도 이유식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풀무원을 시작으로 본아이에프 롯데푸드 파스퇴르 매일유업 일동후디드 등이 자체상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HACCP 인증 등으로 신뢰 높여

간편이유식 업체들이 품질을 높이고 배송 서비스를 확장한 것도 시장을 키운 요인이다.

이유식은 생후 6~15개월의 영·유아가 먹는다. 초기엔 고운 입자의 묽은 쌀가루 형태로 조리하다가 점점 입자가 굵어지고 12~15개월 이후엔 다짐식(일반 식사지만 영·유아의 소화 기능에 맞게 잘게 자른 음식)을 시작한다.

과거에 판매된 이유식은 레토르트나 분말 형태의 제품이 많았다. 보관하기 쉬웠지만 즉석음식 종류인 데다 영양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못해 엄마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새 이유식 업체들은 직접 조리한 음식만 취급하고, 살균·진공포장에도 신경써 신뢰를 높였다. 대부분 브랜드가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았다. 원재료 생산부터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미생물이나 독소 없이 안전하게 관리했다는 뜻이다.

풀무원은 이유식을 조리할 때 고온 스팀을 사용해 가열 조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제조법의 특허출원도 신청한 상태다. 베베쿡은 채소 고기 계란 등 주요 식재료를 가까운 곳에서 구하기 위해 강원 춘천에 공장을 두고 있다.

배송 전쟁도 치열하다. 이유식을 아무리 잘 조리해도 냉장 배송 과정이 완벽하지 못하면 음식이 상할 수 있다. 베베쿡은 차량 내부 온도가 2~3도로 유지되는 전용 냉장 차량으로 배송한다. 팜투베이비는 빠르고 정확한 상품 전달을 위해 특정 택배회사에만 배송을 맡기고 있다.

다양한 메뉴로 선택의 폭 넓혀

가정으로 배송하는 간편이유식의 주요 고객은 ‘일하는 엄마들’이다. 경제력을 갖춘 맞벌이 엄마들은 품질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한 끼에 3000~5000원 정도인 이유식에 지갑을 연다. 직장인 윤모씨(32)는 “장을 보고 주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이유식은 배송받아 먹이고 그 시간에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눈을 더 맞추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양한 메뉴는 간편이유식의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에서 이유식을 조리하면 비슷한 메뉴가 반복되는 일이 많은데 사서 먹이는 이유식은 메뉴가 훨씬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