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왼쪽), 신동주 前 부회장
신동빈 회장(왼쪽), 신동주 前 부회장
50년 넘게 이어온 한·일 롯데 ‘통합경영’이 중대 기로에 섰다. 이번주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결과와 그에 앞서 판가름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보석 허가 여부에 따라 한·일 통합경영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오는 29일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선 신 회장의 해임 여부가 결정된다.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주제안 형태로 신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을 올렸다.

◆달라진 일본 분위기에 ‘초긴장’

롯데그룹 50년 韓·日 통합경영 깨지나
2015년 그룹 경영에서 배제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네 차례의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매번 “신 회장은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주총 표대결이다. 앞선 네 차례의 주총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은 신 회장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롯데 안팎의 분석이다. 신 회장은 과거 주총 때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주주들에게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설득했는데 이번엔 구속돼 있어 주주 설득의 과정을 거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신 전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광윤사(지분율 28.1%)다. 신 회장 지분은 단 4.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신 회장이 한·일 롯데의 통합경영을 지속해온 것은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13.9%), 임원지주회(6.0%) 등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서다. 신 회장이 수시로 일본에서 주주들을 만나 경영 성과를 설명하고 한·일 롯데의 비전을 공유한 게 이들의 신임을 얻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과의 소통만큼은 신 회장이 늘 직접 했다”며 “다른 사람이 신 회장을 대신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2016년 경영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에도 일본으로 건너가 주주들을 챙겼다. 또 그해 6월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번 주총을 앞두고는 이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경영자의 구속은 일본에선 중대한 해임 사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해임될 가능성이 이전 주총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 기회 달라” 호소

신 회장은 지난 12일 “경영권 방어 기회를 달라”며 보석을 신청했다. 주총에 직접 참여해 주주들에게 해명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20일 공판에선 “주총 외에도 회사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부디 수습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25일 뇌물죄 관련 항소심 재판에서 다시 한번 보석의 필요성을 호소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번주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석이 허가되지 않고 신 회장 해임안이 가결되면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경영은 사실상 분리된다.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이 독자 경영에 나선다면 이를 견제할 장치도 마땅치 않다. 지분 구조로 볼 때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건설(42.3%) 롯데캐피탈(39.3%) 롯데물산(31.3%) 롯데상사(34.6%) 등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호텔롯데 최대주주다. 우선 일본 롯데가 주주이익 극대화를 내세우며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롯데 계열사의 이사 선임권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