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화폐 과세방안 '윤곽'

잠정결론 내린 정부
"가상화폐는 비금융상품 거래세 적용하기 어려워"
선진국도 양도세 부과 추세

도입과정서 진통 예고
세무자료 확보 쉽지 않고 거래소 폐쇄 여부도 변수
전문가 "해외 거래소 이용땐 다양한 탈세방법 나올 듯"
정부가 가상화폐에 거래세 대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만큼 현행 증권거래세 같은 방식의 과세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부과 역시 거래소 폐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데다 세원 파악 등 난제가 많아 도입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거래세 부과 힘들어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제실 금융세제과는 최근 부 내에 가상화폐 과세방안 수립을 위해 마련된 태스크포스(TF)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금융세제과는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기로 한 만큼 주식거래에 한해 걷고 있는 거래세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세계적으로도 가상화폐에 거래세를 걷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위가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본다거나 그 거래를 금융거래로 포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거래세 대신 양도세 '가닥'… 세원 추적 등 난제 수두룩

정부는 현재 증권거래세법을 통해 상장 주식과 비상장 주식에 대해 거래금액의 0.15~0.5%를 거래세로 부과하고 있다. 기재부는 가상화폐 거래에 비슷한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앞서 부가가치세 부과도 검토하다 철회했다. 이달 초 TF 주무과를 세제실 부가가치세제과에서 재산세제과로 옮겼다. 부가가치세는 계속적·반복적으로 거래하는 사업자에만 부과하게 돼 있어 일반 투자자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진국들도 양도세 부과 추세

주요 선진국도 가상화폐에 양도소득세 등 소득세를 부과하는 추세다. 미국과 일본은 원천에 관계없이 모든 소득에 과세하는 포괄주의에 따라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세법에 열거된 소득만을 과세대상으로 규정하는 독일, 영국 등은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열거주의인 한국은 현행 소득세법에서 종합소득 양도소득 퇴직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가상화폐 매매에 따른 소득은 종합소득 항목인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소득은 물론 기타소득(복권 당첨금, 현상금 등)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재부는 개인이 계속적으로 가상화폐 채굴을 통해 얻는 소득에만 사업소득을 과세하는 정도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인이 가상화폐를 투자 목적으로 보유해 매각하는 경우에 매각이익은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무자료 확보 어떻게?

정부가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경우에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당장 세무자료 확보가 문제다. 윤주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양도소득세 과세를 위해서는 가상화폐거래소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정부에 투자자의 투자내역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입법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여부를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양도세 부과를 추진한다는 게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소가 폐쇄되면 양도세를 부과할 방법이 없어진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 간(P2P) 거래에는 과세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해외에서 분산 출금하는 등 다양한 탈세 방법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각 부처가 가상화폐 대책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기보다는 제각각 주먹구구식으로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루에도 수시로 거래가 일어나는 가상화폐에 어떤 방식으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할지도 숙제다. 한 세무 전문가는 “주식과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당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거래손익을 합산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과세도 이 같은 방식이 유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이 신고하는 양도소득세에 대해 국세청이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도원/이상열/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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