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3일 국회 본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도 다른 선진국처럼 경영권 방어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3일 국회 본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도 다른 선진국처럼 경영권 방어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주주총회 의결을 위해 전체 주주의 4분의 1 출석(보통 결의)을 요구하는 의사정족수 요건은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입니다. 없애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은 3일 국회 본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올 연말 일몰 조항에 따라 자동으로 없어지는 섀도보팅(그림자 투표)의 가장 간명한 대안이 의사정족수 요건 폐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섀도보팅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참석한 주주의 찬반 투표 비율대로 투표권을 대리 행사하는 제도다. 상장기업들은 “아무런 대안 없이 섀도보팅이 당장 폐지되면 이사 및 감사 선임과 같은 주주총회 보통 결의 안건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당할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으로 갈수록 기업 주주들이 분산돼 있어 참석한 주주 수(의사정족수 요건)와 관계없이 참석 주주들의 찬반 의결(보통 결의는 과반수 찬성, 특별 결의는 3분의 2 찬성)로만 결의한다”고 강조했다. ‘증권거래소 내부 규정을 바꿔 상장폐지 요건만 완화하자’는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측 대안에 대해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다중대표소송제(100% 자회사), 전자투표 의무화 등 상법 개정안과 의사정족수 요건 폐지를 패키지로 처리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 의무화나 감사위원 분리 선임안은 부작용이 많아 국회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여야는 이르면 4일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친기업 성향’이라는 세간의 지적에는 “1960~1970년대 도입한 낡은 제도와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외국계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국내 증권시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지나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국계 투자자 중 장기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며 특히 펀드 투자자는 단기 투자로 기업들의 이익을 가능한 한 많이 빼가려는 행태를 보인다”며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도 다른 선진국처럼 경영권 방어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위원장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차등의결권, 황금주, 포이즌 필 등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근거 법률 조항들이 들어가 있다. 정부가 확대하려고 하는 소비자 집단소송제에 대해서도 “옥시 사태처럼 공산품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안 정도면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 현안으로 떠오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논의에는 반대 의견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검찰이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에 소극적인 이유는 공수처와 같은 조직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검찰 조직의 인사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을 제한하지 않으면 검찰 독립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좌동욱/고재연/박종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