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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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개인택시 면허(번호판) 가격이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택시요금 인상과 3부제(의무 휴업제) 해제 등을 추진한 영향이다.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을 규제로 옭아매면서 택시 면허 가격만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개인택시 면허 매매가가 최근 1억원을 찍었다. 2022년(1월 기준 7950만원)보다 25.7% 비싼 가격이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5~6배에 이른다. 인천 지역 면허는 서울보다 비싼 1억5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급 막히고 요금 올리고…서울 택시 면허값 1억 넘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택시 지원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면허값이 폭등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렸다. 할증률도 최대 40%로 인상했다. 개인택시가 3일에 한 번 쉬어야 하는 3부제가 폐지된 것도 면허값 인상을 부추겼다.

국내 개인택시는 지자체에서 총량제로 관리한다. 서울 개인택시 면허는 4만9000대 수준이다. 공급 과잉 상태여서 서울시는 수년째 택시 수를 동결하고 있다. 새로운 면허 발급이 불가능해 개인택시를 그만두는 기사에게 따로 면허를 구매해야 하는 구조다. 높게 형성된 택시면허 가격이 우버나 타다 같은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 도입을 어렵게 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타다와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한 여객자동차 플랫폼운송사업자(타입1) 차량은 국토교통부 관리하에 520대로 묶여 있다. 매출의 5%에 달하는 기여금을 분기마다 내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 있다. 타입1은 국토부 허가를 받아 택시 면허 없이도 차량을 구매하거나 대여해 운송업을 할 수 있는 업체를 뜻하는 용어다.

플랫폼업계에서는 정부가 택시업계를 의식해 혁신에 주저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전국 택시 기사는 25만 명으로 가족까지 합하면 100만 명에 달하는 규모다. 총선 정국엔 택시 기사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최근엔 우버가 타입1 택시 업체와 함께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택시업계 반발로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토부가 서비스를 어렵게 하는 조건을 제시해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어졌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당시 택시 기사들은 ‘면허 없이 운행한다’는 이유로 국토부에 하루 수백 통의 민원 전화를 넣어 업무를 마비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520대로 제한된 차량 중 일부가 플랫폼 업체의 콜을 받는 것조차 논란이 되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우버식 모델의 본격 도입은 아직 먼 얘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택시 기사들의 노쇠화, 법인택시 기사들의 이직 등으로 승차난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해야 승차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