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건전재정 기조가 이어진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해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재량지출을 지난해에 이어 1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재량지출은 법령에 의해 이미 지출 규모가 결정된 의무지출을 뺀 나머지 지출이다. 684조원으로 예상되는 내년 나라살림 중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한 의미의 재량지출은 120조~14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건전재정 유지는 당연하다. 전임 정부가 5년 내내 확장재정을 외치며 전가의 보도처럼 ‘슈퍼 예산’을 내놓았던 탓에 30%대에 머물던 국가부채 비율이 50%대로 치솟았다.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 말이면 12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문짝이 떨어진 텅 빈 나라 곳간을 후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대 야당이 버틴 21대 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안마저 가로막히면서 재정은 계속 나빠졌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만 연구개발(R&D), 저출산 대응, 필수·지역의료 확충에는 예산이 집중 투입된다. 옳은 방향이다.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지원하고, 올해 줄어든 R&D 예산도 늘리는 게 맞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반도체 국가대항전’이 치열한 이때 미래산업에서 차별화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출산 극복과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특단의 상황인 만큼 선택과 집중으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 예산을 전략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힘들어도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나눠주자는 야당 대표의 선동 요구까지 나왔다. 22대 국회에서는 또 어떤 주장이 튀어나올까 두렵다. 세수가 줄어드는 와중에 글로벌 무역장벽은 높아지고 북한의 핵 위협과 대만 문제 등 지정학적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나라 안팎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면 튼튼한 재정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