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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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질렀다는 전국지표조사(NBS) 결과가 21일 나왔다. 같은 날 호남 여론조사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두 배 가까이 앞서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의 선전은 야권 지지층 투표율을 높여 민주당의 지역구 선거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표를 잠식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딜레마적 상황이다. 게다가 현 추세대로라면 조국혁신당이 총선에서 최대 15석까지 확보해 총선 이후 야권 정계 개편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서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야권의 잠재적 경쟁자로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黨 호남서 돌풍…민주당 지지율의 2배
이날 공표된 3월 셋째주 NBS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지지율은 19%였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27%)보다 낮지만, 더불어민주연합(16%)보다는 3%포인트 높다. 직전 둘째주 조사에서는 국민의미래(28%) 더불어민주연합(17%) 조국혁신당(14%) 순이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정당 지지율은 서울에서 더불어민주연합(16%)과 같은 수준까지 올라왔고,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21%로 더불어민주연합(17%)보다 높았다. 대전·세종·충청에서도 조국혁신당(15%)이 더불어민주연합(11%)을 앞섰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호남에서는 아예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을 앞섰다. 뉴스핌·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북·전남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43.8%로 민주당(23.6%)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 호남 찾은 李, 하트 날리며 유세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1일 전북 군산을 찾아 한병도(왼쪽)·신영대 후보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 하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호남 찾은 李, 하트 날리며 유세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1일 전북 군산을 찾아 한병도(왼쪽)·신영대 후보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 하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광주를 찾아 조국혁신당에 대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비례 전용 정당”이라며 의미를 깎아내렸지만, 마뜩잖은 분위기다. 우선 조국혁신당의 선전이 더불어민주연합의 득표와 상충하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당초 10석을 목표 의석으로 제시했지만 최근에는 13~15석까지 가능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12~15석이 현실적 목표”라고 했다. 더불어민주연합 의석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 지지율 상승의 배경을 살펴보면 민주당으로서는 견제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야권 관계자는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기본적으로 ‘반(反)윤석열’ 성향이지만, ‘반이재명’ 성향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호남 민심이 이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비명횡사’ 공천이 한창이던 지난달 말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67%에서 53%로 1주일 새 14%포인트 급락했다. “비명횡사 공천에 전통 민주당 지지층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울 ‘도구’로 조 대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라며 “중도층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 대표로서는 선명성 경쟁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조국혁신당의 입김은 더욱 세질 전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총선이 지나면 대권을 겨냥한 야권 세력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때 이 대표가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는 조국혁신당을 끌어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에게 반발해 민주당을 떠난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조국혁신당을 중심으로 제3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