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크룩스 "넷제로 산업은 韓·英에 노다지…FTA 개선 기대 커"
“넷제로(탄소중립) 관련 산업이 양국에 잠재적 노다지(bonanza)가 될 수 있습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55·사진)는 최근 서울 정동 주한영국대사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영국 간 경제 협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말로 ‘대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넷제로의 중요성과 관련 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에 모노파일(해상풍력 구조물) 공장을 짓고 있는 세아제강, 한국 해상풍력 시장에 2027년까지 총 11억파운드(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영국 코리오·BP, 두산퓨얼셀과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술 협약을 체결한 영국 세레스파워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주한영국대사관 역시 지난 7일 SK오션플랜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양국 간 해상풍력 분야 협력에 팔을 걷어붙였다. SK오션플랜트는 영국의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주한영국대사관은 이를 지원할 방침이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의 넷제로산업은 지난해 (전년 대비) 9% 성장률을 나타냈다”며 “앞으로 해상풍력, 전기차, 원자력 등 친환경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사례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영국의 리시 수낵 정부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5년 미룬 것에 대해선 “넷제로 정책 추진 과정에선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비 위기 등 경제 전반도 고려해야 한다”며 “단지 전술적 조정일 뿐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영국의 기본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반도체 등을 한·영 간 핵심 협력 분야로 꼽았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선을 위한 2차 협상과 관련해서는 “여러 합의점에 기반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다우닝가 합의’에 따라 양국은 디지털 공급망 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FTA 개선 협상에 들어갔다. 올해 1월 한국에서 1차 협상이 이뤄졌고, 이달 19일부터 4일간 영국에서 2차 협상이 열린다. 크룩스 대사는 1차 협상 결과에 대해 “매우 생산적이었고,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FTA 개선이 필요한 주요 분야로 디지털을 꼽았다. 12년 전 한·유럽연합(EU) FTA 체결 때에 비해 그 중요성이 대폭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한·영 FTA는 2020년 1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2021년 1월 별도로 발효됐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에 진출한 7000개(2022년 기준) 영국 기업 중 85%가 중소기업이었다”며 “고도의 무역 자유화와 관련 협정의 간소화, 통관 절차의 디지털화 등을 통해 양국 중소기업의 상호 진출이 더욱 원활해지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예고한 것에 대해선 “미국은 어느 당이 집권하든 지난 수십 년간 영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었으며,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글=장서우/사진=이솔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