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치러진 포르투갈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사회당이 중도우파 진영에 8년만에 패배했다. 중도우파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민주동맹은 438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양쪽 모두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극우 정당 셰가가 급부상해 캐스팅보트를 거머 쥐게 됐다.
11일 유로뉴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포르투갈 의회 선거 개표 결과 중도우파 사회민주당과 두 개의 소규모 보수 정당으로 구성된 민주동맹이 29.8%의 득표율로 아슬아슬하게 1당에 올랐다. 민주동맹은 79석을 가져가게 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수(전체 230석 중 115석) 의석을 확보하는 데엔 역부족이라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집권 여당이자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은 사회민주당에 1%포인트가량 뒤진 2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조기 총선에서 독자적으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추락이다. 사회당은 77석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년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66%)을 보인 이번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중도우파 진영과 집권 사회당이 이끄는 중도좌파 진영은 모두 29% 내외의 득표율을 보이며 표 차이가 438표에 불과할 정도로 박빙이었지만, 극우정당 셰가의 급부상은 괄목할 만 하다"고 전했다.
셰가는 이번 총선에서 19% 가까이 득표해 전체 230석 가운데 48석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창당 첫해인 2019년 총선에서 1석, 2022년 총선에서 12석을 얻은 셰가는 세 번째 만에 뚜렷한 도약을 이뤘다. 셰가는 앞으로 연립정부에 참여해 새로운 정권을 만드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각종 법안 추진에 있어서 캐스팅보트를 쥘 전망이다.
셰가는 법률가 겸 전직 축구해설가로 사회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하던 앙드레 벤투라가 탈당해 2019년 4월 창당한 정당이다. 셰가는 포르투갈어로 "이제 그만해"(enough)라는 뜻을 갖고 있다. 기성 정치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을 활용하는 문구다. 벤투라와 셰가의 구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등 세계 주요국에서 득세한 극우정당의 이념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이번 총선이 지난 8년간 정부를 이끌던 사회당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참모진의 부패 스캔들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조기에 치러지게 된 점도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셰가는 '부패 청산'을 주요 화두로 내세웠다. 또한 불법이민, 안보 등에서도 극우 이념을 전파하는 데 성공했다. 리스본의 유권자 루이 실바는 셰가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자격을 갖춘 이민자들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그들이 와서 국가 의료 시스템 등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베이라 인테리어 대학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셰가의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는 약 59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정당 계정의 팔로워 수(약 210만 명)의 30%에 달한다. 벤투라는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이제 포르투갈의 오래된 양당 체제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최근 몇년새 유럽에서는 불법이민, 러시아 전쟁 등에 의한 극우 확산세가 확연하다. 2022년 이탈리아에서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탄생했다. 같은 해 프랑스에서도 국민연합(이 총선에서 하원 577석 가운데 89석을 차지해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섰다. 작년 4월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국민연합당은 극우 핀란드인당을 포함한 3개 정당과 함께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지난해 6월 그리스 총선에서도 극우 성향의 소수정당 3곳이 의회에 입성했다. 5개월여 뒤에 열린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도 극우 자유당이 1위를 차지했다. 독일에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득표율이 집권 연립정부 정당 3곳의 득표율을 각각 웃돌고 있다. 이 같은 극우 돌풍은 오는 6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가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네모’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소설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오픈AI, 메타, 등 다른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앞으로 유사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10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작가 브라이언 킨, 압디 나제미안, 스튜어트 오난은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그들의 작품이 네모를 훈련하는 데 사용된 19만여권의 책 데이터 세트 일부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작가는 로이터에 “엔비디아는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해 AI를 훈련하다가 적발됐다”며 “이후 작년 10월 우리의 자료를 데이터 세트에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저작권 침해 신고 이후 데이터 세트를 삭제한 것은 엔비디아가 해당 데이터 세트로 네모를 훈련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엔비디아의 네모는 특정 데이터 소스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대화형 챗봇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작년 3월 출시됐다. 기업은 네모 플랫폼에서 자사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세 작가는 엔비디아가 네모를 개발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위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킨이 2008년 출간한 소설 ‘고스트 워크’를 비롯해 나제미안의 ‘러브 스토리처럼’, 오난의 ‘랍스터의 마지막 밤’ 등을 무단 인용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소송에 대한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메타 등도 비슷한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작년 7월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사라 실버만이 동료 작가들과 함께 오픈AI와 메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퓰리처상을 받은 마이클 셰이본, 토니상을 받은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 등 유명 작가들도 오픈AI와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작년 12월에는 뉴욕타임스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이미지 생성 AI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여러 건 있다. 작년 1월에 캘리포니아에서 창작자들이 이미지 생성AI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 이미지가 생성AI ‘스테이블 디퓨전’를 개발한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영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호주 정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500개 항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호주 전체 관세의 14%를 포기하고 소비재 가격 인하를 이끌겠다는 의도다.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 정권이 20년 만에 가장 큰 관세 개혁을 추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짐 찰머스 호주 재무부 장관은 11일 성명을 통해 칫솔, 수공구, 냉장고, 의류 등 500개 항목에 대한 '불필요한' 관세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제품에 대한 관세는 5%다. 찰머스 장관은 "관세 폐지는 호주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유무역협정(FTA)의 제약을 받지 않는 선에서 기업에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 규정 준수 비용으로 사용했던 연간 3000만호주달러(약 260억원)를 절감하고, 관료적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적으로는 85억호주달러(약 7조3868억원) 규모의 무역을 간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호주 정부는 관세 인하 정책이 소비자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호주가 그간 FTA 체결국을 늘려 무관세로 수입하는 소비재 항목이 늘었음에도 기업이 관세 혜택 자격을 입증하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물가 인상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돈 패럴 호주 통상 장관은 "호주 일자리 4개 중 1개는 무역과 관련되어 있고, 호주 경제 생산량의 27%가 무역에서 창출된다"며 "효율적이고 간단한 무역은 호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며 생활비 압박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당초 관세가 적게 부과되는 항목에 대해 관세가 철폐됐기 때문에 소비자가 얻는 실질적인 혜택은 작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조치에는 연간 관세 수입이 300만호주달러(약 26억원)에 달하는 월경용품에 대한 관세 철폐 계획도 포함됐다. 연간 관세 수입이 각각 연 2만8000호주달러, 2만2000호주달러인 냉장고와 칫솔에 대한 관세도 전면 폐지된다. 이밖에도 호주 정부는 세탁기(14만호주달러), 낚시 용품(14만호주달러), 펜(9만5000달러) 등에 대한 관세도 없앤다. 호주 정부는 오는 4월 1일에 초기 협상을 마무리하고 5월 예산을 통해 최종적으로 관세 폐지 대상 항목을 공개할 예정이다.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유럽연합(EU)에서 1조 유로 규모의 공동채권 발행을 영구화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의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채권 시장 투자자들은 EU에 1조 유로 규모의 공동채권 발행 프로그램을 영구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투자할 만한 AAA 등급 채권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AA로 강등된 이후 유로 공동채권에 대한 '반사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EU는 2020년 향후 수 년에 걸쳐 총 8000억유로에 달하는 공동채권 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이후 현재까지 약 4500억유로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30억유로 EU 공동채권은 27배에 달하는 810억유로의 주문량을 기록했다. 2020년 10월 EU의 첫 번째 공동채권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2330억유로의 수요가 몰렸다. 시장 흥행에도 불구하고 이 발행 프로그램은 2026년 중단될 예정이다.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EU 내에서는 공동 차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방위산업 강국인 프랑스와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국가들이 방위용 공동채권에 적극적이다. 반면 독일 등 재정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의 나라들은 반대하고 있다.공동채권의 장점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제한하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나 독일 헌법에 규정된 차입 상한선 등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독일 LBBW은행의 모리츠 크래머 이코노미스트는 "EU 채권의 장점은 부채가 국가별 통계에 잡히지 않고, 마스트리히트 조약이나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 등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또한 EU 공동채권은 비슷한 등급의 다른 국채에 비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베어링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이런 채권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