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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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에서 1조 유로 규모의 공동채권 발행을 영구화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의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채권 시장 투자자들은 EU에 1조 유로 규모의 공동채권 발행 프로그램을 영구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투자할 만한 AAA 등급 채권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AA로 강등된 이후 유로 공동채권에 대한 '반사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EU는 2020년 향후 수 년에 걸쳐 총 8000억유로에 달하는 공동채권 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이후 현재까지 약 4500억유로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30억유로 EU 공동채권은 27배에 달하는 810억유로의 주문량을 기록했다. 2020년 10월 EU의 첫 번째 공동채권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2330억유로의 수요가 몰렸다. 시장 흥행에도 불구하고 이 발행 프로그램은 2026년 중단될 예정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EU 내에서는 공동 차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방위산업 강국인 프랑스와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국가들이 방위용 공동채권에 적극적이다. 반면 독일 등 재정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의 나라들은 반대하고 있다.

공동채권의 장점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제한하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나 독일 헌법에 규정된 차입 상한선 등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독일 LBBW은행의 모리츠 크래머 이코노미스트는 "EU 채권의 장점은 부채가 국가별 통계에 잡히지 않고, 마스트리히트 조약이나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 등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EU 공동채권은 비슷한 등급의 다른 국채에 비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베어링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이런 채권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