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금리 지속과 자재값·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여파가 분양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북에선 일반 분양가가 4년 새 40% 올라 전용면적 84㎡ 기준 15억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나왔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 건축비가 땅값보다 더 비싼 곳도 적지 않다. 분양에 필요한 현금은 점점 많아지고, 시세차익 기대분은 줄어들어 서민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대문 홍제3, 전용 84㎡ 15억원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 인근의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에게 3.3㎡당 4250만원대의 일반 분양가 추정치를 공개했다. 2020년 3000만원대이던 걸 고려하면 4년 새 40% 넘게 올랐다. 전용 84㎡ 추정 공급가격은 10억3867만원에서 14억8028만원으로 뛰었다. 3.3㎡당 공사비가 512만원에서 784만원으로 오른 영향이다. 인근 신축 단지인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2022년 입주)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13억원)보다 2억원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공사비의 습격'…강북 국민평형 분양가 15억
올해 6월 분양 예정인 성북구 장위6구역(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은 조합이 3.3㎡당 약 3500만원(전용 84㎡ 기준 11억9000만원)의 분양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1월 3.3㎡당 평균 2830만원에 공급된 ‘장위자이레디언트’보다 20% 높은 금액이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계약을 단기에 마무리 짓기 위해 가격 조정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 ‘기대주’인 공덕1구역(마포자이힐스테이트)은 지난해만 해도 3.3㎡당 4200만원 남짓의 일반 분양가가 예상됐다. 분양 일정이 밀리면서 3.3㎡당 분양가도 수백만원 뛸 전망이다. 작년 말 인근에서 주상복합인 ‘마포푸르지오어반피스’(총 239가구)가 3.3㎡당 4700만원에 공급된 뒤 단기간 ‘완판’(100% 계약)됐다. 인근 새 아파트인 ‘마포프레스티지자이’가 지난달 19억7000만원(전용 84㎡)에 손바뀜했다. 업계에서는 공덕1구역 분양가가 마포푸르지오어반피스보다 비싼 3.3㎡당 5000만원대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3.3㎡당 4000만원 시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일반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건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2월 역대 최고치인 154.11(2015년 공사비가 100 기준)을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지난달 3.3㎡당 3800만원을 돌파했다. 1년 전(3067만원)보다 24% 뛰었다.

땅값이 비싼 서울은 보통 전체 사업비에서 건축비보다 토지비 비중이 크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건축비가 더 많이 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지난 2월 분양된 서대문구 ‘경희궁유보라’ 84A의 대지비는 약 6억원인데, 건축비는 7억3000만원이었다. HUG에 따르면 2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은 45%를 나타냈다. 1월만 해도 이 비율은 78%에 달했다.

서울에서 건축비와 대지비가 지역별로 편차기 있긴 하지만 2월 건축비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최근 공사비 상승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지비 비중이 낮은 지방에선 공사비 오름세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에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은평구 정도를 제외하곤 3.3㎡당 분양가 4000만원 시대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아파트 가격 회복세 속에 신규 분양단지의 일반분양가와 기존 아파트 매매가의 차이가 좁혀지는 ‘갭 메우기’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