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 빠진 홈쇼핑업계가 주력 플랫폼을 TV에서 모바일로 옮기는 ‘탈(脫)TV’ 전략으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TV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소비층을 넓혀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TV 시청인구가 매년 줄어드는데도 송출수수료는 계속 늘어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시급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2030은 TV 안봐"…홈쇼핑社, 모바일로 반전 노린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40.4%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홈쇼핑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9.4% 급감했다. 2022년 송출수수료 협상 지연으로 2년치 송출수수료 부담이 한 번에 반영된 현대홈쇼핑의 영업이익도 반토막 났다. 그나마 선방한 GS샵(-17.3%)과 CJ온스타일(-4.1%)도 영업이익이 줄었다.

TV 시청자 수 감소가 최대 위기 요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 5일 이상 TV 수상기를 이용한 비율은 71.4%로 전년 대비 4.1%포인트 줄었다. 특히 20대(41.4%→29.8%)와 30대(67.8%→55.2%) 등 젊은 층의 감소폭이 컸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면서 홈쇼핑 주 이용층인 5060세대의 소비도 감소했다. 그런데도 케이블·위성·인터넷TV(IPTV) 등 유료 방송사업자에 내야 하는 송출수수료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22년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총 1조9065억원이었다. 지난해엔 2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홈쇼핑업계의 첫 번째 반전 카드는 라이브커머스다. TV 홈쇼핑 생방송을 모바일 앱에서 동시에 트는가 하면, 모바일 전용 생방송도 늘리고 있다. GS샵은 업계 최초로 라이브커머스 영상을 1분 내외로 확 줄인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라이브커머스 확대 영향으로 홈쇼핑업계 전체 매출에서 TV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6.5%에서 2022년 49.4%로 하락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유튜브와의 협업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10월 국내 첫 유튜브 라이브커머스 전용 채널인 ‘핫딜 셋 넷 오픈런’을 열었다. 작년 12월 로봇청소기 판매 방송에선 한 시간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홈쇼핑은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을 올려 2030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자사 앱에서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홈쇼핑 앱을 깔지 않는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탈TV 전략의 성패는 라이브커머스의 질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형 제조업체는 TV홈쇼핑 판매를 결정할 때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와의 연계 여부에 주목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모바일 판매만 강화한다는 건 쿠팡·알리 등 e커머스와 경쟁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결국엔 홈쇼핑의 강점인 방송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얼마나 창의적으로 구현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