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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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이 연일 강세를 띠면서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수요가 확 꺾여 전셋값과 전세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빌라(다세대·연립)와 대비된다. 경기 성남 분당과 평택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 전세가율이 빌라를 웃도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에선 아파트 시장에서도 ‘깡통전세’(경매 등으로 세입자가 전세금을 몽땅 날릴 처지)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빌라 전세가율 70%로 급락…아파트는 6개월째 상승
19일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7.9%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간 동일 단지의 매매·전세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값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작년 7월 64.8%에서 6개월 연속 뜀박질하고 있다. 서울(52.3%→56.7%)과 수도권(59.5%→63.2%), 지방(71.1%→72.8%) 모두 6개월 새 상승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입주 물량)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빌라의 전세가율 지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작년 1월만 해도 전국 빌라 전세가율은 80.7%에 달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국의 거의 모든 빌라가 깡통전세 위험군(전세가율 80% 이상)에 속했다. 하지만 지난달 70.9%까지 떨어졌다.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빌라 전세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문턱이 높아지며 집주인이 전셋값을 내리고 있다. 부동산원 자료 기준 빌라 전셋값은 최근 3개월 연속 내림세를 걷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율이 빌라보다 높은 지역도 적지 않다. 지난달 기준 서울 중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5.8%로, 빌라(65.5%)보다 높았다. 경기 수원 권선구, 성남 분당구, 의정부, 평택, 안산 단원구, 고양 일산동·서구 등도 마찬가지다.

지방으로 갈수록 전세보증금이 몸값에 맞먹는 아파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R114가 작년 4분기 기준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아파트 거래 비중을 살펴본 결과 전북(57.3%), 충북(55.3%), 경북(54.2%)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5.1%, 19.0%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충북 청주 개신동 주공뜨란채 전용 59㎡(10층)가 이달 1억6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 같은 면적 9층 물건이 1억57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인 걸 감안하면 갭(매매와 전셋값 차이)이 800만원 수준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주택시장 위축으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등 투자 수요 활성화엔 한계가 있지만 깡통전세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