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 김진열 김주호 서용선 4인의 작가 전시
그림일기부터 입체회화, 테라코타 등 각양각색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 고(故) 김종영 화백(1915~1982)은 '유희삼매'라는 제목의 글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작품이 잘 팔리는 작가'가 성공의 척도가 되고, 미술 속 인간에 대한 고민이 점차 옅어지던 세태에 대한 지적이었다. 김 화백은 이렇게 덧붙였다. "자유와 용기와 사랑을 겸한 '휴매니티'가 있다면 예술이란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일상을 담은 그림일기부터 테라코타, 대형 조각까지. 네 명의 작가가 선택한 작업의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개천에서 용(龍) 난다'는 성공 신화 이면에 외면받곤 했던 이들, 바로 '인간'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림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는 그림을 속이지 말라' 등 드로잉 곳곳의 문장이 창작자의 애환을 보여준다. 작가는 그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작업물을 전부 태우고 그 재를 모아 '배드 드로잉(Bad drawing)'이란 제목으로 흔적을 남겼다. '스컬피'라는 조형 재료로 눈물을 형상화한 조각들을 장난감 트럭에 모아두기도 했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 쌓인 눈물이 한 트럭이라는 의미일까.
김주호의 해학은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하기도 한다. 버려진 포장지를 활용해 만든 '위험한 질주'(2022)가 단적인 예다. 사람의 형상을 닮은 쓰레기더미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작품 바닥에 놓인 운반 수레를 밀면 조각이 손짓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작가는 "자원 낭비가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문명의 '위험한 질주'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