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13일 오후 3시 13분

금융지주들이 잇달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자본 건전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작년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 상각 사태에도 불구하고 신종자본증권의 인기가 식지 않는 것도 발행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국내 금융기관의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NK 2000억·메리츠 1500억…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봇물'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신용등급 A+)은 14일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연다. 흥행 여부에 따라 2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만기는 30년이지만 5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하나·KB금융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달 최대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열 예정이다.

앞서 우리·신한금융은 각각 4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발행 작업을 마쳤다. 수요예측에서 발행 규모의 두 배가 넘는 9000억원이 몰렸다. 지방 금융지주의 첫 주자로 나선 BNK금융은 지난 5일 열린 135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3650억원이 몰려 2000억원까지 증액을 결정했다. 기관들이 자금을 푸는 ‘연초 효과’에 힘입어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이 연타석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지주들이 연초부터 신종자본증권을 찍는 이유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PF 부실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낮은 금리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우리·신한금융은 올초 연 4% 금리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을 각각 0.18%포인트, 0.13%포인트 높였다. 작년 연 5%대 금리에 조달해야 했지만 금리 인하 기조와 연초 유동성 등이 겹치면서 연 4%대 금리 안착에 성공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