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계속고용 vs 정년연장
지난해 프랑스는 62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안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 결국 의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노조의 총파업과 시위를 보며 ‘더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 왜 반대하지’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았을 듯하다. 노조가 먼저 나서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우리와 정반대 상황이라 더 그랬다. 많이 내고 많이 받는 프랑스는 퇴직 후 바로 여유로운 연금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은 정년 3~5년 뒤(1969년생부터 65세 수령)에나 빠듯한 연금을 받는다. 그 다름이 정년연장을 대하는 차이를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정년 자체를 폐지한 미국 영국 등은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2013년 ‘고연령자고용안정법’ 개정을 통해 기업에 △65세로 정년연장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폐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여기서 계속고용은 일단 정년을 넘긴 뒤 별도의 재고용 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기업의 72%가 이를 따랐다. 일본은 2021년 다시 이 법을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를 두는 것으로 개정했다. 아직 강제는 아니지만 기업에 70세까지 고용할 것을 권고한 셈이다.

어제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제13차 본위원회를 열었다. 대면으로 본위원회가 열린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6월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3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는데 그중 하나가 ‘인구구조 변화 대응·계속고용 위원회’다. 여기에서 계속고용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사용자 측에서는 퇴직 후 재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을, 노조 측에서는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어 쉽게 결론이 날 문제가 아니다. 청년 취업난을 가중할 폭탄이기도 하다. 2016년 정년 60세 연장 당시 권고사항에 그친 임금피크제 탓에 아직 기업들이 소송에 시달리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단 첫발을 뗐으니 모두가 머리를 끄덕일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주길 바란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