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후평동 형제
2022 월드컵 포르투갈전에 이어 이번 아시안컵 호주전에서도 대역전극의 듀오가 된 손흥민(32)과 황희찬(28)은 출생지가 같다. 강원 춘천시 후평동이다. 손흥민이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이곳에서 산 데 비해 황희찬네는 생후 열 달 뒤 부천으로 이사 갔지만, 면적 3.87㎢의 좁다란 동네에서 나란히 태어난 두 사람의 인연은 흔치 않다.

둘은 고향 선후배라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적잖다. 손흥민은 어렸을 때 컨테이너에서 산 적이 있다. 아버지(손웅정 씨)는 생계를 위해 막노동판도 가리지 않았다. 부친이 축구 교육을 위해 큰맘 먹고 산 창문 틈으로 빗물이 줄줄 새는 고물 프라이드에 온 가족이 좋아했지만, 주위에서 ‘똥차’라며 손가락질하는 것을 보곤 세상의 차가움을 절감했다고 한다.

황희찬은 유년 시절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그는 골을 넣고는 왼쪽 손목에 대고 키스 세리머니를 종종 하는데, 거기엔 조부모의 한자 이름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뵙고 마지막까지 뵙는 분이 조부모다. 그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내 인생의 전부이고 모든 것”이다.

두 사람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은 독기 어린 노력과 자기관리다. 손흥민은 독일 함부르크 시절 한국에 여름 휴가차 다녀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를 친다. 뒷산을 오르내리는 웨이트가 끝나면 아버지가 들고 온 20개의 공으로 오른발 500번, 왼발 500번씩 1000개의 슛 연습을 5주간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슈팅은 그때 다 만들어졌다고 한다.

황희찬은 부상 관리 차원에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돼지고기는 입에 대지 않고, 조미료도 안 넣고 외식도 안 한다. 논산훈련소에서 병역면제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도 곧장 체력 훈련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손웅정 씨는 손흥민에게 “오만은 사람이 죽은 뒤 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관에 들어온다”고 가르친다. 황희찬의 누나 황희정 씨는 “희찬이의 최고 강점은 돌파가 아니라 노력”이라고 했다. 범상치 않은 인연의 두 노력파가 한국 축구 팬들을 계속 행복하게 해주길 기대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