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5일 오는 4월 치러질 22대 총선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도 특혜받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당에 누차 당부한 바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참모와 내각 출신 인사들이 여권 텃밭인 서울 강남과 영남권에 대거 공천을 신청한 것에 윤 대통령이 불편함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입장 표명을 계기로 국민의힘의 ‘지역구 교통정리’가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로 공지를 내고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여당 우세 지역에 지원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힌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의 공천 신청 결과를 보면, 대통령실 참모와 장관 출신 인사들은 대거 텃밭에 몰려 갔다. 서울 강남을에는 이 지역구 현역인 박진 전 외교부 장관에다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검 검찰연구관을 맡아 윤 대통령 측근으로 꼽힌다.

부산 중·영도에선 이번 정부에 몸담은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공천 신청서를 냈다. 이곳에는 두 사람을 비롯해 김무성 전 대표 등 총 6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로 자리를 비운 해운대갑은 윤 대통령 측근인 주진우 전 대통령실법률비서관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경쟁자는 전성하 부산시 투자유치협력관, 박지형 변호사, 박원석 전 코레일 유통이사 등이다. 경북 구미을에도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과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 등 대통령실 출신 비서관 2명이 몰렸다. 이밖에 임종득 전 안보실 2차장은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은 대구 북갑에 지원했다.

그간 정치권에선 상당수 대통령실 참모나 내각 출신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험지가 아니라 이른바 ‘양지’를 찾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앞세워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만 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는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여권 지지율이 높지 않은 현실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장관 출신 중 험지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 의사를 박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서울 영등포을),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기 수원병) 등에 그친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3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3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 입장 표명을 두고 ‘공천 파동’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통상 대통령실 참모나 내각 인사들은 정부나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공천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는 결국 공천 파동과 이에 따른 선거 참패를 낳았다. 2016년 4월 총선 때 친박(박근혜)계의 ‘진박(진실한 친박) 공천’ 파동이 선거 패배에 이어 박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총선에 출마 선언을 한 인사는 “대통령실 참모나 장관 등 인사는 ‘정부를 위해 일했으니 공천을 챙겨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했다.

여권에선 대통령실 참모나 내각 출신 인사 등을 상대로 ‘지역구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제기된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가 대통령실 참모나 내각 인사들을 향해서도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당 공천관리위원을 맡은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쟁력 있는 분들이 당을 위해 험지에 출마해주시면 감사하지만 공천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배분할 수는 없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