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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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소셜미디어 업체 메타(옛 페이스북)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배경에 중국 e커머스 업체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e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와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온라인 광고를 선보인 결과라는 주장이다. 신생 e커머스들은 빠른 성장을 위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했다.

3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중국의 신생 e커머스 업체인 테무(Temu)와 쉬인(Shein)이 기존 e커머스를 추월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테무와 쉬인 모두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e커머스 업체다. 테무는 2022년 판둬둬 그룹(PDD)이 창립했고, 2008년 설립된 쉬인은 지난해 20억달러를 조달받으면서 기업 규모를 확장했다. 디지털 시장조사업체 데이터 닷 에이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테무 앱 다운로드 횟수는 1년 전에 비해 500% 증가한 7387만 건을 기록했고, 쉬인의 경우 전년 대비 52% 증가한 3693만 건을 기록했다.

두 기업이 급성장한 배경엔 저가 전략이 있다. 이들은 중국의 생산기지를 활용하며 생산단가를 낮춘 뒤, 800달러 미만 상품에 수입 관세가 면제되는 미국 관세법을 활용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이 때문에 공산품 가격을 낮춰도 마진율이 크게 줄지 않았다. 남은 예산을 모두 디지털 광고에 쏟아 부으며 소비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당겼다.

두 기업 덕에 메타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는 작년 4분기 메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39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메타는 테무와 쉬인의 광고로 매출이 증가해왔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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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수잔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광고주들이 다른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도달하려 쓴 비용이 메타 매출을 늘렸다"고 인정한 바 있다. 테무와 쉬인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관측이다.

디지털 데이터 분석업체 JMP에 따르면 테무는 작년 3분기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에 6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쉬인은 2억달러를 광고에 지출했다. 이 기간 메타의 광고 수익 성장분의 3%가량을 두 기업이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고 매출이 증가하며 부진했던 메타의 주가흐름이 반등했다. 2022년까지 메타 주가는 줄곧 하락세였다. 애플이 개인정보보호 규칙을 강화하며 맞춤형 광고에 타격을 입어서다. 2022년 초 360달러 선에서 연말에는 90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 31일에는 390.1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 자문사 하딩 론오버의 크리스 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페이스북이 특정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전달해주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난해 뼈를 깎는 감원을 통해 애플 쇼크를 딛고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메타의 광고 호황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테무와 쉬인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테무는 쉬인을 겨냥해 공급업체들에게 '마피아식 갑질'을 행사한다고 고소한 바 있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앞둔 쉬인에게 치명타였다.

미국 의회도 두 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의원은 지난해 6월 "미국 e커머스 기업에 불리하도록 설계된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다"며 "테무와 쉬인은 수입 관세를 우회하고, 조사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