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가 140만원…두 달 만에 1만대 '불티'
‘LG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하이드로타워’(사진)의 출고가는 139만원이다. 5만원 안팎에 팔리는 일반 가습기 대비 30배가량 비싼데도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뒤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달 17일 1만 대 판매를 돌파하더니 최근 1주일 새 2000여 대가 추가로 팔렸다.

초프리미엄 가전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LG, 삼성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소비 욕구를 자극할 만한 고가 제품군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유통업계에선 초저가 중국산 제품을 파는 알리, 테무 열풍과 ‘동전의 양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달 만에 200억원 팔린 가습기

2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해 11월 29일 출시한 프리미엄 가습기인 하이드로타워의 판매량은 24일까지 누적 기준으로 1만2519대에 달했다. LG전자가 이 정도의 초고가 가습기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카도, 독일의 벤타 등 전통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브랜드의 가격도 70만원대다.

LG전자의 ‘초고가 실험’은 내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가습기 시장 규모는 연간 550억원가량이다. LG전자는 하이드로타워 단일 제품만으로 두 달 만에 매출 약 200억원을 달성했으니 ‘대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1000만원짜리 초고가 냉장고인 ‘인피니트 라인’으로 고가 가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테리어와 가전의 조화를 중시하는 ‘슈퍼리치’를 겨냥한 제품이다. 경기 침체가 깊어진 지난해 초부터 제품군을 대폭 보강했다. 현재 냉장고·오븐·식기세척기·인덕션·에어컨 등의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인피니트 라인 냉장고는 가격이 최대 1000만원에 육박한다. 와인셀러, 김치냉장고 등이 합쳐진 인피니트 키친 세트는 1000만~2000만원을 호가한다. 인피니트 무풍에어컨은 냉방 면적에 따라 가격이 404만~1260만원에 달한다.

○“소비 욕구 자극하는 상품은 통한다”

유통업계는 비쌀수록 가전이 잘 팔리는 현상을 소비 양극화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선물하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디지털 가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증가했다. 특히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442%)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 SSG닷컴 관계자는 “고단가 상품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소형 가전 시장에서도 ‘스몰 럭셔리’가 유행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휴대용 빔프로젝터 ‘더 프리스타일’ 2세대는 뉴스위크, 테크리셔스 등 해외 매체에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이 제품의 출고가는 119만원으로, 캠핑족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선보인 식물 생활가전 ‘틔운 미니’는 집들이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고가는 19만9000원이다. 실내 식물 키우기와 조명 스탠드를 결합한 인테리어 제품이다. 집들이에 돈을 쓰려는 젊은 여성들이 틔운의 주요 구매층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활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긴 했지만 기능이나 디자인에서 확실하게 차별화한 제품은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이드로타워만 해도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기능을 결합했다. 가열한 물을 공기 청정 필터를 거쳐 분사하는 방식이다. 전원이 꺼지면 자동 건조를 통해 가습기에 세균이 번식하는 것도 막는다. 회사 관계자는 “위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입소문을 타며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김채연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