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안에 치솟는 우라늄 값, 17년만에 최고치 또 갈아치워 [원자재 포커스]
우라늄 가격 파운드당 106달러 육박
17년 만의 최고치 경신
원자력 수요 급증하며 초과수요 나타나
우라늄 광석.  /자료=게티이미지
우라늄 광석. /자료=게티이미지
글로벌 우라늄 가격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우라늄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원자력 발전 수요는 급증하고 있어서다. 원자력 발전의 주된 연료인 우라늄 가격은 앞으로 더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우라늄 채굴업체인 카자톰프롬이 우라늄 생산계획을 기존 전망보다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자흐스탄 국영 원자력 기업인 카자톰프롬은 우라늄 생산에 필요한 황산 수급이 어려워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급 불안에 치솟는 우라늄 값, 17년만에 최고치 또 갈아치워 [원자재 포커스]
공급난 전망에 우라늄정광(옐로케이크·U3O8) 가격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우라늄정광 가격은 파운드(약 0.45㎏)당 106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당 135달러를 찍었던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초래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로는 두 배가량 뛰었다.

우라늄정광은 우라늄 광석을 정련해 만든 것으로, 국제 선물 시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래되는 화합물이다. 정련 과정에서 노란색 분말 형태를 띠게 돼 옐로케이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당초 우라늄 가격은 오랜 기간 하세를 보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던 원자력 발전소 수요가 줄어들어서다. 2021년 8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무역이 중단되자 가격이 폭등했다. 2년간 250% 급등한 뒤 올 들어서도 15% 이상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대란을 겪었던 유럽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프랑스, 영국, 스위스, 벨기에 등 주요국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계획했던 탈원전 방침을 줄줄이 폐기하고 원전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에너지 발전 용량을 2020년 대비 세 배로 늘리자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우라늄 공급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자국 내 전력회사들이 보유한 우라늄 매장량이 2016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해왔다고 밝혔다. 유럽원자력공동체인 유라톰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선 2013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져 왔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리버럼의 톰 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10년 간의 휴면기를 끝낸 우라늄 가격이 2021년 중순부터 폭등했다"며 "채굴 한계 생산비용인 파운드당 30달러를 훌쩍 넘기며 고공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계 생산비용은 우라늄 채굴 시 가장 많은 비용을 내는 생산자가 1파운드 추가 생산할 때 지불하는 비용을 뜻한다.

리버럼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라늄 초과수요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우라늄 수요가 공급보다 약 110만파운드가량 많았다. 올해는 30만 파운드로 추산된다. 초과 수요 현상으로 가격은 더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우라늄 가격 상승세가 예상되면서 카자톰프롬, 카메코 등 우라늄 광산업체들이 휴면 상태인 광산을 재가동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실제 채굴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될 때까진 4~5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