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법정 부담금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법정 부담금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부담금 제도를 전면 대수술할 것을 주문했다. ‘준조세’로 불리는 법정 부담금 제도를 도입 63년 만에 뜯어고쳐 국민과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취지다.

▶본지 1월 8일자 A1, 10면 참조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환경 오염을 막거나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긍정적인 부담금도 있지만, ‘준조세’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과 기업에 부과하는 비용이다. 영화관 입장권에 붙는 부과금, 여권 발급 대상자에게 걷는 국제교류기금 등이 대표적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징수할 부담금은 24조6157억원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91개 부담금 중 5개를 폐지·통합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 붙는 부가금, 농어민에게 걷는 전기사용자 일시부담금, 손해보험사가 내는 화재보험협회 출연금 등을 폐지했고, 전기·전자제품 재활용과 회수에 각각 부과하던 부과금은 통합했다.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영화티켓 부담금 없앤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법정 부담금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공익사업에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부과하는 91개 부담금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 부담금은 1961년 도입돼 현재 91개 항목에 부과된다. 영화표 가격의 3%인 영화발전기금, 출국 때마다 1만1000원씩 부과되는 출국납부금, 여권 발급자에게 1만5000원을 징수하는 국제교류기여금 등이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부담금 징수액은 24조6157억원으로 2002년(7조4000억원) 대비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정부도 그동안 과도한 부담금 제도를 개선하려고 했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부담금을 사실상 ‘쌈짓돈’으로 써온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각종 협회 등의 반발이 큰 탓이다. 부담금은 일반회계가 아니라 특별회계나 기금에 귀속돼 국회 통제를 덜 받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담금관리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심의·의결하며 91개 항목 중 5개 부담금을 폐지·통합했다. 회원제 골프장 시설 입장료 부가금, 농·어민에게서 걷는 전기사용자 일시부담금, 손해보험사들이 내는 화재보험협회 출연금 등이 부담금에서 제외됐다.

지난 5월 보조금 개편 작업에 들어간 기재부는 당장 폐지나 통합이 가능한 5개 보조금을 우선 추린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남은 86개 부담금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개편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1983년 시행된 회원제 골프장 시설 입장료 부가금은 회원제 골프장 운영자가 이용객으로부터 최대 3000원씩 걷어 정부에 내는 부과금이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하고,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는 골프장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2019년 회원제 골프장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전기·전자제품의 재활용 부과금과 회수 부과금을 통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두 부담금의 부과 대상이 재활용과 회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전기·전자제품 판매업자로 같다는 이유에서다. 재활용을 촉진한다는 부과 목적도 같다.

양길성/박상용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