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 올해는 세계 76개국이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 당선이 올해 첫 번째 민주 진영의 승리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슈퍼 선거의 해…'민주 진영'이 먼저 웃었다
라이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된 13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2024년 지구촌 대선의 해’에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첫 번째 선거에서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며 “대만이 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 편에 서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화민국(대만)이 계속해서 국제 민주주의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라이 당선인은 양안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현상 유지’를 강조했다. 그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총통으로서 중요한 사명”이라며 “중화민국의 헌정 체제에 따라 절대 비굴하지 않게 현상을 유지하고, 대화로 대결을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미·중 대리전’으로 불리는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이 승리하자 각국 반응도 엇갈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대만 국민들이 강력한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 과정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일본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대만은 긴밀한 경제 관계와 인적 왕래를 가진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자 소중한 친구”라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는 “대만은 여전히 중국의 일부”라며 “도발행위를 자제할 것을 외부 세력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는 올해 첫 번째 지정학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둘러싼 싸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세계 76개국에서 42억 명이 선거를 치른다. 선거 결과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에 이어 3월에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4월 한국 총선에 이어 세계 1위 인구대국 인도 총선도 치러진다. 6월에는 유럽연합(EU) 27개국 회원국 유권자가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이들 선거 결과에 따라 이민 정책, 기후 정책 등 주요 의제에 관한 EU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월 미국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뒤엎을 것으로 보여 국제 질서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