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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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넘게 끌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독과점 여부를 빡빡하게 심사해온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사실상 합병 승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서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미국과 일본이 EU와 보조를 맞춰왔다는 점에서 항공업계는 “사실상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의 눈과 귀는 합병 승인 조건으로 대한·아시아나항공에서 떼어내기로 한 몇몇 장거리 노선과 화물사업부를 누가 넘겨받느냐에 쏠려 있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손놀림이 바빠지고 있다.

○“EU 승인 9부 능선 넘었다”

'항공 빅2' 합병 급물살에 분주한 LCC
로이터통신은 지난 12일 “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EU 관계자를 인용, 대한항공이 독점 시정 조치안으로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매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4개 노선 일부 슬롯(노선 사용 권한) 이관 및 지원 등을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썼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합병 승인을 전제하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공식 발표는 오는 2월 초중순께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EU 집행위원회가 각 회원국의 최종 의견을 듣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독과점 심사에 깐깐한 EU 경쟁당국은 그동안 합병을 위한 ‘가장 높은 문턱’이란 평가를 받았다. 두 회사 항공기가 주로 들어가는 14개국 중 한국 터키 호주 중국 영국 등 11개국은 이미 통과했다.

업계에선 마지막으로 남은 미국과 일본의 심사 결과도 상반기 내에 긍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한·미 노선에 ‘대한항공+아시아나’ 외에 국내 LCC인 에어프레미아도 있는 만큼 유효경쟁이 성립되고 있어서다. 일본 역시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 수많은 국내외 LCC가 다니는 만큼 독과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LCC 타고 파리·로마로?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면 세계 10위권 항공사가 된다. 국내 항공업계만 보면 하나의 ‘절대강자’ 아래 9개 군소 LCC가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하지만 당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국내 LCC에 몸집을 불릴 기회가 된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일부 유럽·미주 노선과 화물노선 등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각국 간 맺은 항공협정에 따라 특정 국내 항공사가 운영하던 해외 노선을 반납하면 다른 국내 항공사만 인수할 수 있다.

유럽 노선을 물려받을 유력 후보로는 티웨이항공이 꼽힌다. 티웨이가 올해 중대형기 ‘A330-300’을 3대 도입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노선의 일부 슬롯은 에어프레미아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LCC가 진출하면 가격에 민감한 20~40대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 부문은 다음달 매각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는 지난해 1~3분기에만 매출 1조1345억원에 거둔 덩치 큰 사업부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주요 LCC가 뛰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가격은 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상훈/김우섭/박한신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