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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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마이코플라즈마폐렴, 백일해, 코로나19…. 올겨울 유행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코로나19와 함께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다발로 유행하는 ‘멀티데믹’이 현실이 됐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새해가 시작된 이달 첫째 주(2023년 12월 31일~2024년 1월 6일) 동네병원 입원 환자가 가장 많았던 호흡기 질환은 코로나19다. 국내 표본감시 동네병원 218곳에 이 기간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859명이었다. 급성 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의 30.3%를 차지했다. 독감이 818명으로 28.9%였다. RSV 감염증 421명(14.9%), 리노바이러스 감염증 261명(9.2%) 순으로 입원 환자가 많았다.

증상이 심해 42개 대형 대학병원에 입원한 급성 호흡기감염증 환자 중엔 독감 환자가 72명(31.7%)으로 가장 많았다. RSV 감염증이 44명(19.4%), 코로나19가 34명(15%)으로 뒤를 이었다.
RSV 감염증, 한 달 새 2.3배 급증…"영유아·고령층,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독감은 2022년 9월 유행 기준을 넘어선 뒤 2000년 조사 시작 이후 역대 최장기간 유행을 이어가고 있다. 계절에 상관없이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면서다. 1월 첫째 주 동네의원을 찾은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51.9명이었다. 38도 넘게 열이 나면서 기침, 인후통 증상을 호소한 환자다. 전주 49.9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올해 독감 유행 기준은 외래환자 1000명당 6.5명이다. 여전히 이보다 여덟 배 가까이 많은 수를 유지하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잠잠하던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 이례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며 “독감은 연중 유행하고 있고 지난해 12월엔 5년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 사이에선 RSV 감염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12월 24~30일)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국내 환자는 450명이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같은 시기(1078명)보다는 적지만, 12월 첫째 주와 비교하면 한 달 새 2.3배 급증했다.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의 69.6%가 0~6세 영유아다.

RSV는 2세 이하 거의 모든 아이가 한 번은 감염을 경험하는 질환이다. 성인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영유아와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은 폐렴으로 진행하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감기 증상과 함께 호흡곤란, 청색증 등을 호소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

마이코플라즈마폐렴 유행도 이어지고 있다. 12월 마지막 주 입원 환자는 187명이었다. 1~12세 어린이가 68.4%였다. 폐렴의 15~20%를 차지하는 마이코플라즈마폐렴은 초봄인 4월까지 유행이 이어진다. 평균 잠복기 12~14일 정도가 지나면 두통, 발열, 인후통 등 초기 증상이 시작된다. 급성기 증상이 지난 뒤 마른기침이 더해져 2주 넘게 악화하는 환자가 많다. 심하면 폐농양, 폐기종, 기관지 확장증 등 합병증이 생긴다. 관절염, 수막염, 뇌염 등으로 이어지는 환자도 있다.

백일해도 12세 이하 어린이를 중심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감염되면 콧물, 결막염, 눈물, 가벼운 기침 등을 호소한다. 감염 초기에 잘 전파된다. 가족 간 2차 감염률이 80% 이르는데 연령이 낮을수록 사망률이 높다.

호흡기 감염병 예방의 기본은 백신 접종과 손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보건당국은 독감에 한 번 걸렸더라도 고위험군이라면 백신 접종을 추천하고 있다. A형 독감에 걸린 뒤 B형 독감에 다시 걸리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