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9일 화요일>

뉴욕 금융시장은 9일(미 동부시간) 큰 이슈가 없는 조용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전날 뜨거웠던 반등을 소화하면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습니다. 국채 금리도 종일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시장 관심은 벌써 11일 발표될 소비자물가(CPI)로 옮겨간 상황입니다.

아침부터 채권 시장에서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습니다. 월가에 10년물 금리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은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채권왕'으로 불렸던 빌 그로스 전 핌코 창업자는 X(트위터)를 통해 "10년물 국채가 과대평가되어 있다"라면서 "채권에 투자하려고 할 경우 10년물보다 1.8%대에 머무는 10년물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TIPS)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2%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그게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지금 채권을 사진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로스는 또 채권 수익률 곡선의 정상화를 전망했습니다. 지금은 2년물 등 단기 금리가 10년물 등 장기보다 높은 상태, 즉 수익률 곡선 역전 상태가 유지되고 있지만,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로 함께 단기 금리가 떨어지면서 장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이럴 때는 통상 장기물을 공매도하고 단기물을 사는 트레이드를 합니다.

지난해 8월 10년물이 4.5%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던 그로스는 10월 말에 10년물 수익률이 4.7%에 달하자 "채권을 사라"고 밝혔었습니다. 10년물은 11월 5%까지 올랐다가 연말께 3.8% 선까지 급락했었지요. 그로스는 상당한 돈을 벌었을 것입니다.

워튼 스쿨의 제러미 시걸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2024년 이후 나의 채권 시장 전망은 기준금리가 약 3~3.5%에 안착하고 기간 프리미엄이 50~75bp 정도 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10년물 수익률이 4%에 가까운데 이는 지금 10년물이 거래되는 수준이다. 여기서 채권 듀레이션을 추가하는 것은 상승 여력이 작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Fed가 기준금리를 하락하면 채권 수익률이 더 내려갈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첫 번째 금리를 인하하기 3개월 전부터는 항상 채권 가치가 올랐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점점 더 장기 국채 투자에 확신하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10년물 수익률은 Fed가 첫 번째 금리 인하에 나서기 전 3개월 동안 평균 90bp 하락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말 Fed가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자 수익률이 급락한 것이겠지요.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는 오전 8시 30분 미 상무부가 작년 11월 무역적자가 감소했다고 발표한 뒤 보합권 아래로 떨어졌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 탓입니다. 11월 무역적자는 632억 달러로, 전월 대비 13억 달러(2.0%) 감소했습니다. 예상 647억 달러 적자를 밑돌았습니다. 수입과 수출이 모두 1.9%씩 줄었습니다. 상무부는 미국인들이 휴대폰 등 외국산 상품을 덜 구매함에 따라 수입이 2022년 11월 이후 가장 적었다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11월 수출과 수입 모두 부진한 것은 해외 성장 둔화와 국내 수요 둔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웰스파고는 "무역적자는 1년 전보다 거의 5분의 1이 줄었다. 매달 무역 흐름은 불규칙할 수 있지만, 무역적자는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작년 2.6%에서 올해 2.4%로 둔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3년 연속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또 미국 경제는 지난해 2.5% 성장했는데 올해는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늘 전미자영업연맹(NFIB)이 발표한 12월 소기업 낙관지수는 12월 91.9로 전월보다 1.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2022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예상 90.6도 웃돌았고요. 그러나 여전히 50년 평균인 98.2를 24개월 연속 밑돌았습니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12월 소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노동의 질'을 제치고 다시 '인플레이션'을 지목한 것입니다. 다만 가격 인상을 계획 중인 자영업자의 순비율은 32%로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는 11일 CPI, 12일 발표될 생산자물가(PPI) 발표를 앞두고 수익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수치를 확인할 때까지 상황은 불안한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월가는 헤드라인 CPI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2% 오를 것으로 봅니다. 11월(0.1%, 3.1%)보다 올라가는 것이죠. 다만 근원 물가는 0.3%(0.25%), 3.8% 올라 11월(0.3%, 4.0%)보다 둔화합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CPI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시장은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5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5월이 금리 인하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경제는 회복력이 있고 Fed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보고 싶어 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2%를 향해 가는 중이지만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라면서 "3분기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뉴에지 웰스는 "보스틱 총재는 처음으로 금리 인하 시점을 제시한 Fed 위원"이라며 "그가 3분기를 첫 인하 시점으로 언급한 것은 Fed가 급하게 금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큰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보스틱은 Fed에서 가장 비둘기파로 꼽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국채 경매도 채권 시장에서 주목하는 요인입니다. CPI가 발표되는 11일까지 경매가 매일 이어집니다. 오늘 3년물 국채는 잘 소화됐습니다. 오후 1시에 발표된 경매 결과를 보면 응찰률이 2.67배로 지난달 2.42배보다 훨씬 높았고 발행 금리는 4.105%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116%보다 1.1bp 낮게 결정됐습니다.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수요가 65.3%에 달해 지난달 52.1%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 경매 결과는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3년~5년 등 중기물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장기물과 달리 공급 증가 우려에서 좀 자유롭고, 수익률 곡선 역전으로 인해 수익률도 장기물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내일 10년물(370억 달러), 모레 30년물(210억 달러) 국채 경매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걱정을 덜어줬던 유가는 오늘은 급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8% 오른 배럴당 72.2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스라엘 분쟁과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의 공격, 리비아 최대 유전이 시위대 때문에 가동 중단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상승 위험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수급 요인으로 인해 유가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아래쪽으로 치우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수요는 애초 예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공급량이 계속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브라질 등에서 생산이 예상보다 크게 늘었고 OPEC+의 감산량도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겁니다. 자발적 감산은 잘 지켜지지 않으며 의무적 감산도 일정한 수준의 비준수가 뒤따른다는 것이죠. 또 올해 미국의 셰일 생산자들은 예전처럼 증산을 위해 많이 투자하지는 않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러 키어넌 상품세일즈 헤드는 "여유 생산능력이 충분하다는 측면에서 2024년에 유가에 큰 상승 여력이나 폭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기본 시나리오"라면서 "다만 언제나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정치적 사건의 위험은 존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홍해 사태가 인플레이션에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홍해 사태에 따른 해상운송 차질은 상대적으로 단기적일 것이며, 최근 해상 화물 가격 급등세는 반전될 것으로 추정한다. 일부 기업과 부문에 단기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기본 인플레이션 예측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 홍해의 해상운송이 몇 달 동안 폐쇄되고 운송운임이 12월 중순 수준의 약 두 배로 유지된다면 2024년 말까지 연간 CPI 인플레이션율이 0.7%포인트 추가될 수 있다"라면서도 "이 시나리오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만으로는 올해 세계 인플레이션 둔화를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고, Fed와 주요국 중앙은행이 올해 중반까지 금리 인하로 선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시장이 예상한 빠른 금리 인하가 너무 지나쳤다고 믿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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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로더도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파나마 운하의 수위 저하에 따른 물류 문제는 팬데믹 기간 발생한 공급망 문제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것은 현재의 혼란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지에 달려 있지만, 적어도 팬데믹 때와 다른 세 가지 중요한 차이점은 홍해 문제가 인플레이션의 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는 수요가 훨씬 둔화했다는 것입니다. 팬데믹 초기에는 대규모 부양책으로 세계 경제가 활성화되었지만, 현재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둘째, 팬데믹 때는 경제 봉쇄로 수요가 상품 부문에 집중됐지만 이제 소비는 서비스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글로벌 제조업은 불황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공급 측면도 팬데믹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겁니다. 생산 중단은 없으며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면 운송 시간은 길어지지만, 상품은 여전히 목적지에 도착하므로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채 금리는 보합권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소폭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 20분께 10년물 수익률은 1.7bp 오른 4.019%, 2년물은 2.5bp 상승한 4.37%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0.7%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장 중 한때 금리 상승세가 꺾이자 나스닥과 S&P500 지수는 상승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42%, S&P500 지수는 0.15% 하락했습니다. 나스닥만 0.09% 강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찰스 슈왑의 케빈 고든 전략가는 "올해 시장의 약한 시작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강세 심리는 최근 상승세에 위험으로 남아 있다. 여전히 투자 심리가 상당히 부풀어 있어 시장이 여전히 조정에 취약하다. 다만 상승 주식과 하락하는 주식의 수인 시장의 '폭'이 2023년 대부분 기간보다 '건전'하다. 비록 완벽하거나 원활하지는 않더라도 더 넓은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칩은 전날 장 마감 뒤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고 "거시 경제 약화로 인해 많은 고객이 재고 감축 조치를 취하면서 주문을 줄였다"라며 3분기 매출이 애초 가이던스보다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모빌아이가 발표한 것도 비슷합니다. 삼성전자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지요.

하지만 엔비디아는 오늘도 1.7%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엔비디아는 이익 급증으로 주가수익비율(P/E)이 26배 수준에 불과해 애플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애플은 0.23% 내렸습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마약 사용 보도(WSJ) 여파로 인해 2.28% 하락했습니다.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역은행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SPDR S&P 지역은행 ETF는 1.13% 내렸습니다. Fed의 마이클 바 부의장은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P)이 애초 계획(1년 시한)대로 오는 3월 11일에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작년 3월 실리콘밸리 은행 붕괴 사태로 인해 지역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하자 만든 구제 프로그램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가격이 내려간 국채 등을 맡기면 시가가 아닌 액면가로 대출해줬지요. 바 부의장은 "이 프로그램은 은행시스템의 스트레스를 매우 빠르게 줄여줬다"라면서도 "이건 정말 비상시 프로그램(emergency program)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BTFP를 통해 나간 은행 대상의 대출 잔액은 1412억 달러에 달합니다. 물론 프로그램이 3월 종료되어도 대출은 2025년까지 갚을 수 있습니다.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후 4시 장 마감 직후 시장에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X(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20여 분 뒤 SEC의 X 계정이 해킹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EC는 "트위터 계정이 해킹되어 승인되지 않은 트윗이 게시되었다. SEC는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채권 안 산다는 '채권왕'…비트코인 '4가지 시나리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SEC는 내일 현물 ETF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블랙록,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12개 ETF가 승인을 신청해 놓고 있습니다.

WSJ은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① 12개 신청을 모두 동시에 승인한다
② 12개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현 단계에서 가능성이 낮다. SEC가 이번 신청을 거부한다면 실질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③ 일부만 승인한다=일부 신청을 승인하거나 거부하고 다른 신청에 관한 결정은 늦출 수 있다.
④ 거래소가 낸 서류(19b-4)는 승인하지만, 자산운용사가 낸 S-1 및 S-3 서류의 승인은 늦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