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을에서 5선을 지낸 이상민 무소속 의원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한다. 지난달 초 “더불어민주당은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 당으로 변질됐다”며 탈당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국민의힘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악화한 대전 지역 민심을 되돌리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민 손잡은 국민의힘, 대전 표심도 잡을까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이 의원과 오찬을 하며 “함께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상당 부분 뜻이 의기투합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르면 이번주 입당을 공식화하되, 시기와 방식 등은 당과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탈당한 이 의원 영입에 공을 들여온 건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대전의 표심을 잡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선거에서 대전 지역의 승자가 전체 선거에서 승리한 경우가 많았다. 한 위원장이 지난 2일 새해 첫 방문 지역으로 대전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자유선진당, 민주당 등을 거치며 대전 유성을에서 5선을 지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21대 총선에서 대전의 7개 지역구를 모두 잃은 ‘험지’에 든든한 아군을 심은 셈이다. 유성을에는 당초 이석봉 전 대전시 경제과학부시장이 출마를 준비했지만, 이 의원의 입당을 의식해 최근 대덕구로 지역구를 옮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R&D 예산 대폭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대전 표심 잡기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나눠먹기식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지난해 R&D 예산을 감액하면서 KAIST·대덕연구단지 등이 밀집된 이 지역 민심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5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임기 중에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여당의 움직임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선 유성구에서 R&D 예산 삭감에 잘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다선(多選)만으로 표를 얻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호남 표심 잡기도 이어갔다. 6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계셨기에 이 위대한 나라가 더 자유로워지고 더 평등해졌다고 생각한다”며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4일에는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우리 당은 광주와 호남에서 꼭 당선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소람/원종환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