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탈당 및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탈당 및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하고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가칭)에 합류한 허은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금배지'를 내려놓기 전 잔여 국회의원 후원금을 몇몇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허 위원장은 최근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천안함재단)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등 3개 단체에 각 100만원씩 총 300만원을 기부했다.

기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이뤄졌다. 기부한 단체를 통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위원으로 의정 활동을 해왔던 허 위원장의 행보와 정치적 지향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천안함재단과 허 위원장은 2022년 11월 국회에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허 위원장은 천안함 46 용사 유족이 싸이월드에 남겨진 고인의 사진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넘겨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접했고, 디지털 유산 상속의 길을 열어주는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천안함재단 관계자는 "허 위원장의 좋은 뜻을 유족과 승조원들에게 잘 전달해 드리겠다"며 "이분들을 돕는 데 잘 사용하도록 하겠다.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허 위원장이 그간 래디컬(급진적) 페미니즘 비판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것과 연관이 깊다. 특히 이 병원은 지난해 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에서 비롯된 '남성 혐오 집게손가락' 논란 당시 게임 이용자들이 '혐오에 선행으로 대응하자'며 기부 운동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 사진=변성현 기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 사진=변성현 기자
허 위원장의 이번 기부 역시 앞선 게임 이용자들의 기부 취지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푸르메재단 관계자는 "새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보내주신 기부금은 장애어린이의 재활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기부 단체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는 '무조건적인 탈(脫)시설'에 반대하는 장애인단체로 알려져 있다. 탈시설은 중증장애인을 보호시설로부터 독립시키는 정책이다. 부모회는 "탈시설은 중증장애인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며 균형 잡힌 장애인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김현아 부모회 대표는 "장애인의 자립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은 자립하고, 요양이 필요한 사람은 요양의 권리를 달라는 게 부모회의 주장"이라며 "허 위원장이 이런 목소리에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앞으로의 탈시설 정책은 돈의 논리가 아닌 사람을 향하는 정책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허 위원장은 "이번 기부는 제가 했다기보다는 후원자분들께서 하셨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고심 끝에 세 곳을 정했고, 모두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동의해주실 거라 믿는다. 후원해주신 '동지'들께는 늘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