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독수리 5형제’ 중 막내…공사 앞두고 용적률 토해낸 사연은
“이 일대 아파트 중 마지막으로 재건축되는 단지가 될 테니, '지역 랜드마크 아파트'가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초등학교를 끼고 있고 서초구 아파트의 고질병인 침수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단지여서 가격도 가장 높게 형성될 걸로 보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초동 ‘신동아 1·2차’ 아파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아 1161가구의 ‘아크로 드 서초’로 탈바꿈하면 주변 부동산 시장을 선도하는 ‘대장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초 우성3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에스티지’를 비롯해 ‘래미안 에스티지S’(서초우성 2차) ‘래미안 리더스원’(우성1차)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와 함께 '서초동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던 신동아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이주 작업을 마치고 철거 준비에 한창이다.

재초환 피해 간 초품아 아파트

서초동 신동아 아파트는 6개 동, 893가구 규모의 1차(1978년 준공)와 1개 동 104가구 규모 2차(1979년 준공)로 이뤄져 있다. 재건축 공사가 완료되면 지하 4층~지상 39층, 16개 동, 1161가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올해 공사에 들어갈 경우 2026~2027년 완공이 예상된다. 주변 아파트 중 가장 최근 준공한 서초그랑자이(2021년)보다 약 5년 뒤에 준공되는 새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단지는 2017년 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같은 해 12월 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인가 신청까지 빠르게 마무리해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적용을 피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초과 이익에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 2018년 1월1일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한다. 서초동 신동아 아파트는 2017년 12월28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에 신청해 제도 적용을 불과 3일 앞두고 규제를 벗어났다.
서초동 ‘독수리 5형제’ 중 막내…공사 앞두고 용적률 토해낸 사연은
서초동 일대 아파트는 강남·서초 지역의 명문 학군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특히 신동아 아파트는 서이초교를 끼고 있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다. 서이초 바로 옆엔 서운중이 있어 통학하기 편하다. 근처 은광여고 양재고 반포고 등 일반고에 진학할 수 있다. 자립형사립고인 세화고 세화여고 중동고 현대고 휘문고도 멀지 않다.

대중교통 접근성에 개발 호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한 입지다.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강남역, 2호선과 3호선이 지나는 교대역, 3호선 양재역과 가깝다. 경부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서초나들목(IC)도 인접해 강북 지역과 서울 외곽으로 이동이 쉽다. 단지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이 있다. 강남 신세계백화점과 양재 이마트, 양재 코스트코, 양재 하나로마트도 가까운 편이다.
서초동 ‘독수리 5형제’ 중 막내…공사 앞두고 용적률 토해낸 사연은
지금은 단지가 경부고속도로와 붙어 있어 소음과 매연 문제가 일부 있다. 하지만 서초·강남구를 지나는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상부에 공원을 조성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거주 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서초동에 롯데칠성 부지 개발이 추진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양재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환승센터를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서초동 ‘독수리 5형제’ 중 막내…공사 앞두고 용적률 토해낸 사연은
2022년 폭우로 물난리를 겪었던 다른 서초동 독수리 오형제 단지와 달리 침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도 강점이다. 같은 동네 래미안 에스티지와 래미안 리더스원, 서초그랑자이는 침수 피해를 보았다. 특히 서초그랑자이는 당시 침수된 아파트 커뮤니티를 복원하는 작업이 아직도 끝나지 않아 일부 커뮤니티 시설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신동아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아 침수 피해를 보지 않았다.

용적률 11%P(포인트) 줄어…가구 수도 ‘뚝’

우수한 입지와 사업성을 갖춘 신동아 아파트지만 서초동 노후 단지 중 재건축이 가장 늦어졌다. 추진 과정에서 여러 차례 우여곡절도 겪었다. 최근에는 당초 사업 시행인가를 받을 당시 적용한 용적률을 일부 토해내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마주했다.

조합은 기존 300%에 달하는 용적률을 10%포인트 넘게 반환하고 재건축 가구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신동아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위한 공람을 이달 8일까지 진행한다. 변경 전에는 용적률 299.99%, 건폐율 19.89%, 지하3층~지상35층, 14개 동, 134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용적률 288.83%, 건폐율 18.99%, 지하 4층~지상 39층, 16개 동, 1161가구 규모로 사업 계획을 바꾸고 있다. 용적률뿐 아니라 가구 수도 179가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서초동 ‘독수리 5형제’ 중 막내…공사 앞두고 용적률 토해낸 사연은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 당시 조합이 기부채납하기로 했던 아파트 부속 땅이 이미 서울시 소유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그 땅을 기부해서 얻는 용적률을 일부 반환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소형보다는 대형 면적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 일부 가구 면적을 넓히고, 가구 수는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비 증액에 분담금도 높아져

2018년에는 아파트 상가 소유주와 조합 측이 분쟁을 겪기도 했다. 서초구청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뒤인 2018년 6월, 신동아 아파트 상가 소유주 일부가 관리처분 총회 결의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아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상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상가의 취소 소송이 받아들여져 관리처분인가가 취소될 경우 재초환을 적용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었다. 조합은 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입주권을 보장해 소송을 취하하는 방향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서초동 ‘독수리 5형제’ 중 막내…공사 앞두고 용적률 토해낸 사연은
인근 다른 단지에 비해 재건축 사업이 느리게 추진되면서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도 겪었다. 조합은 2017년 8월 시공사 선정 당시 DL이앤씨와 3.3㎡당 474만원의 공사비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전 세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시공사 측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결국 조합과 시공사는 지난해 7월 3.3㎡당 720만원으로 공사비를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조합원이 내게 되는 추가 분담금 예상치도 높은 편이다. 가령 신동아 아파트 1차에서 가장 작은 면적인 전용 75㎡를 보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후 비슷한 면적의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2억3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 75㎡ 보유자가 전용 139㎡를 받으려면 추가 분담금은 16억3000만원으로 치솟을 수 있다.
서초동 ‘독수리 5형제’ 중 막내…공사 앞두고 용적률 토해낸 사연은
분담금이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최근 거래는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신동아 1차 전용 75㎡는 18억2000만원에, 신동아 2차 전용 144㎡는 27억9000만원에 손바뀜한 후 실거래가 끊겼다. 지난해 9월에는 전용 86㎡가 20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를 기준으로 재건축 후 동일 면적의 신축 아파트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4억5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더해 25억4000만원 투자로 새 아파트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인근 신축 서초그랑자이 전용 84㎡가 30억~31억원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4억~5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추가 분담금 예상치가 더 커지거나 아파트 시세가 떨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겪은 서초동 신동아는 이제 착공 단계만 앞두고 있다”며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주변에서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현/김세민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