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원내대표에 이어 ‘원내 2인자’로 통한다. 원내 정책 협상을 주도할 뿐 아니라 집권 여당이 되면 정책과 예산 관련 당정협의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물가 등 민생문제 해결과 각종 구조개혁, 산업정책 등 다방면에 걸쳐 중차대한 역할을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경제를 이해하는 경제통 정책위 의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18일 한국경제신문이 21대 국회 여야 정책위 의장의 출신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법조인과 언론인, 더불어민주당은 86 운동권 출신이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규제 완화와 각종 구조개혁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종배(공무원) 김도읍(법조인) 유의동(정당인) 성일종(기업인) 박대출(언론인) 의원을 거쳐 현재 유 의원이 정책위 의장을 두 번째 맡고 있다. 특정 직군에 쏠림은 없지만 성 의원을 제외하면 경제통은 없다. 정통 경제관료나 경제학자 출신은 전무했다.

민주당은 운동권 출신이 정책위 의장을 사실상 독식했다. 조정식(운동권) 한정애(노동운동) 홍익표 박완주 김성환 김민석(이상 운동권) 의원 등이 정책위 의장을 지냈다. 그나마 현 이개호 의장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여야 정책위 의장은 각 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중점 법안을 조율하고 양보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과거 국민의힘에서는 임태희(재정경제부 관료) 유일호(부총리) 김광림(재경부 차관) 이현재(산업부 관료) 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 등 내로라하는 경제통 의원들이 정책위 의장을 맡아 이런 역할을 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도 김진표(부총리) 장병완(기획예산처 장관) 변재일(정보통신부 차관) 등 경제·산업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었다. 20대 국회 초반에는 3당(새누리당 김광림, 민주당 변재일,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 의장을 모두 경제통이 맡기도 했다. 김성식 전 의원은 통화에서 “소득세 인상,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등 굵직한 경제 현안에 대한 합의를 여야와 정책당국이 합리적으로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이런 모습은 실종됐다. 김광림 전 의원은 “과거에는 상대 당 의원과 겉으로는 싸워도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경제 논리를 깔고 토론하기 때문에 협상이 편했다”며 “지금은 정책위 의장마저 정무적 판단을 우선시해 정책 입법의 기반이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한재영/원종환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