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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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폭발한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과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여행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12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해당 여행사의 해외여행 예약 고객이 약 12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1% 폭증했다. 10명 중 8명은 동남아와 일본으로 향했다. 지역별로 동남아가 절반인 50%를 차지했고 일본(28%), 유럽(9%), 중국(6%) 순이었다.

올 초부터 중국 여행이 재개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어난 점도 특징. 해당 기간 중국행 예약은 1870% 치솟았다. 해외패키지 판매 기준으로 올해 최다 인원을 기록한 지역은 일본 규슈와 베트남 다낭이었다. 다낭의 경우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아 ‘경기도 다낭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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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여행 수요 증가와 함께 3000만원대 해외여행 패키지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자사 하이엔드 여행 브랜드 ‘제우스월드’의 서유럽 패키지 상품은 베르사유 궁전 호텔 숙박을 포함해 1인 3180만원, 싱가포르 패키지 상품의 경우 1900만원이었는데 두 상품 모두 판매가 이뤄졌고,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 경향은 홈쇼핑에서도 포착됐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샵에 따르면 해당 홈쇼핑에서 올해 11월 말까지 여행상품 주문(예약상담)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급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연간과 비교해도 80% 수준까지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도 엔데믹 국면에서 폭발한 '여행 보복 소비'를 막지 못한 것"이라며 "지역으로는 일본, 유럽, 베트남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유통가에서는 해외여행 관련 상품 매출이 증가했다. GS샵에선 올해 11월까지 ‘아메리칸 투어리스트’ 여행가방 매출이 390% 뛰었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여행가방 매출은 240% 치솟았다.

동남아 여행객이 늘며 겨울철 백화점에서 수영복도 많이 팔렸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22일까지 수영복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3.3% 증가했다. 한여름인 8월(5.6%)보다도 높은 수준의 매출증가율이다. 강남점이 지난달 18~19일 연 나이키 스윔웨어 글로벌 신상품 선출시 행사에서는 점포가 문을 열기 전부터 고객이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행사 이틀간 약 1억5000만원어치가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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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에 따르면 비수기인 11월에도 국제선 여객수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당시와 비교해 90% 수준을 유지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 수요는 변함없이 견고한 모습"이라며 "미국과 유럽 여객수는 10월보다 각각 9%, 24% 줄었지만 일본 여객수는 노선 증편 효과로 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 한국 출국자 3명 중 1명은 일본을 방문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년에도 올해에 버금가는 해외여행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30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내년에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항공은 "올해가 억눌렸던 소비가 늘어나는 '펜트업 수요'가 해외여행 수요를 이끌었다면 내년에는 해외여행의 일상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