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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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예측하기에 시기상조이며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상이 끝난 동시에 내년 상반기에 피벗(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전환)이 있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물가 지표가 둔화하고 과소 긴축과 과잉 긴축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런 발언들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해석돼 다우지수는 역대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고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파월 의장은 1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헬렌 게일 스펠만대 총장과의 대담을 통해"충분한 긴축 기조를 이뤘다고 확신하기엔 너무 이르며 금리 인하 시점을 예상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물가 지표 둔화로 금리 인상은 끝났으며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자 이를 경계하기 위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10월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PCE 상승률도 계속 내려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금리 선물 시장에서 내년 3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1주일 전만 해도 21%에 그쳤으나 1일 기준 63%대로 뛰어 올랐다.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 중엔 이런 낙관론에 힘을 실어줄 만한 대목도 있었다. 그는 "올 10월까지 6개월 이상 근원 PCE 상승률이 연율 기준으로 2.5%를 유지한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통화정책은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며 "전체적인 긴축 효과는 아직까지 모두 나타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또 "현재까지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영역에 잘 들어와 있다"며 "그동안 아주 빠르게 금리를 올려 과소 긴축과 과잉 긴축의 위험이 더욱 균형을 이루고 있어 이제 FOMC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나오는 경제 데이터와 그것이 경기 및 물가 전망에 가지는 의미, 그리고 여러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해 다가오는 회의에서 정책결정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들이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82% 상승한 36,245.50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년 10개월내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월의 사상 최고치(36,799.65)에 근접했다.

S&P 500 지수는 0.59% 오른 4,594.63으로 끝나 7월 31일의 연고점(4,588.96)을 경신했다. 나스닥 지수도 0.55% 상승한 14,305.03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비트코인도 19개월 만에 3만9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채권 금리는 급락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0.13%포인트 떨어진 연 4.20%로 장을 마쳤다. 기준금리 동향을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0.16%포인트 하락한 연 4.55%로 끝났다. 2년물 금리는 이번 주에만 0.4%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달러와 대체관계인 금값은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내년 2월 만기 금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7% 오른 온스당 2,089.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직전 사상 최고치인 2020년 8월 6일의 2.069.40달러를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시장은 파월 의장이 더 강한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 전망을 꺾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균형잡힌 발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금리 방향이 여전히 양쪽으로 열려 있으나 내년 초에도 금리를 내리는 게 가능해졌다는 점을 자산 가격에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