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11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소재 산업에 진출한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바이오시약인 ‘트리스버퍼’를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2016년 바이오의약품 제조사업에서 철수한 지 7년여 만에 소재 분야로 업종을 바꿔 다시 바이오산업에 뛰어든 것이다.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의 글로벌사업부는 조만간 트리스버퍼 생산·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리스버퍼 생산 공장은 전남 여수와 미국에 지을 방침이다. 내년 3월 착공해 2025년 4분기부터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고품질의 트리스버퍼를 공급한다는 목표다.트리스버퍼는 바이오시약의 일종이다. 전기장을 가해 물질을 분리하는 전기영동 실험과 유전자 DNA 확인 과정 등에 쓰인다.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특정 약물이 제대로 결합해 반응하는지 살필 수 있어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시약이다.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트리스버퍼 국내 시장은 연간 수천억원 규모”라며 “국산화한다면 공급망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한화그룹이 1100억원의 바이오 시약(트리스버퍼) 생산시설 투자로 7년 만에 바이오사업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업계에선 추가 투자를 통해 바이오시약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의 바이오의약품 소재 분야 진출은 작년 12월 한솔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급업체(수산화칼륨) 바이옥스를 인수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한화그룹은 바이오산업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9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미래 성장을 담보할 바이오사업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듬해엔 “바이오와 태양광을 양대 축으로 삼아 10년 뒤(2020년) 매출 14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케미칼은 2014년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다빅트렐을 독자 개발했다. 셀트리온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다.하지만 오리지널 개발사의 특허 연장, 미국 머크와의 기술 수출계약 해지, 그룹의 주축인 석유화학 업황의 악화 등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바이오사업을 접어야 했다. 2013년 제약 계열사 드림파마를 알보젠에 팔고 2015년 바이오시밀러 공장도 바이넥스에 매각하면서 2016년 바이오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1996년 제약바이오사업에 진출한 지 20년 만이었다.하지만 삼성 SK LG 롯데 CJ 등 주요 대기업그룹이 잇달아 바이오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화그룹도 기존 강점을 활용해 바이오산업에 재진입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이오는 영업이익률이 20~50%로 6% 안팎인 기존 제조업 대비 월등히 높은 데다 기술 진입장벽도 높아 대표적인 미래 신수종산업으로 꼽힌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3년 662조원에서 2027년 887조원으로 연평균 6.2% 성장할 전망이다.트리스버퍼 생산 기술은 암모니아 등 화학물질을 잘 다루는 한화그룹의 강점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약·바이오 및 화학업종 기업의 단백질·미생물 기반 연구 시 필수 소재인 트리스버퍼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한화그룹 진출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바이오의약품의 틈새시장을 잘 노린 것”이라며 “대부분 대기업이 공략하고 있는 의약품위탁생산(CMO) 분야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반 하락한 5일 제약·바이오주가 일제히 올랐다. 고금리 부담 전망에 투자 심리가 호전된 상황에서 중국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확산하자 시장이 반응했다. 전문가들은 성장이 둔화하는 대형주 대신 신약 모멘텀이 있는 중소형주가 유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주 잇달아 상한가5일 한국파마, 녹십자엠에스, 경남제약은 차례로 29.96%, 29.88%, 30% 오르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엑세스바이오(26.23%), 진매트릭스(22.46%), 수젠텍(22.01%) 등도 급등했다. 이들 종목이 상장된 코스닥은 이날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 중 8개가 바이오였다.대형주도 강세였다. SK바이오팜은 5.68% 상승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2.03%), 유한양행(3.94%), 한미약품(2.77%)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0.82%, 1.83% 하락했다.주가 상승을 촉발한 건 중국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확산이다. 이날 급등한 종목들은 대부분 호흡기 관련 치료제나 진단키트를 제조하는 업체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주가 반등하는 기저에 내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적자로 운영되는 바이오 기업은 고금리가 최대 부담으로 꼽혀 왔다”며 “시장 금리가 내려가자 조그만 이벤트에도 주가가 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부담 완화 기대제약·바이오주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직후 고점을 찍은 뒤 2021년께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코로나19 기간 임상 환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신약 개발이 줄줄이 중단된 시점이다. 2022년부터는 금리가 폭등하면서 일부 회사는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증권가는 금리 하향 안정세가 확인되면 신약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종목별로 주가가 차별화되는 ‘각개전투 장세’를 예상하는 의견도 다수였다. 실적이 개선되거나 신약 모멘텀이 있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신약 성과가 기대되는 중소형주는 증권사들이 잇달아 목표가를 높여 잡고 있다. 이날 SK증권은 종근당 목표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6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날 종근당의 종가는 12만6200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녹십자 목표가를 13만원에서 14만원으로 높였다.한올바이오파마, 에이프릴바이오, HK이노엔, 동국제약 등도 최근 목표가가 상향 조정됐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말 한올바이오파마 목표가를 기존 4만9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높였다. 이날 종가(3만6150원) 대비 상승 여력이 74%에 달한다는 의미다.삼성증권은 이날 신약 모멘텀이 있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선호주로 SK바이오팜과 HK이노엔을 제시했다. 신영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HK이노엔을 ‘톱픽’으로 꼽았다.전효성/박의명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