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유통업계 ‘11월 할인대전’의 판이 예년에 비해 확 커졌다. 롯데·신세계그룹이 각각 역대 최대 계열사 참여, 최대 규모 할인을 내세운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도 계열사 총동원령을 내렸다. 정부 주도의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도 11일 개막한다. 이번 할인대전엔 온·오프라인 유통사,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참여하는 모양새다.

○현대百 ‘패밀리 위크’

현대백화점 가세…'한국판 블프' 판 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아울렛·홈쇼핑·면세점 등 10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현대백화점 패밀리 위크’를 오는 26일까지 펼친다고 10일 발표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쿠폰팩 ‘H-슈퍼패스’를 발급받으면 백화점 전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및 무료 음료 등을 받을 수 있다. 또 1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는 서울 압구정 본점 등 전국 16개 전 점포에서 3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연다.

아울렛과 홈쇼핑에서도 할인·적립 행사가 펼쳐진다. 현대아울렛 8개 전 점포에선 최초 판매가보다 최대 20%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현대홈쇼핑은 행사 기간에 TV 방송과 온라인 쇼핑몰 ‘현대H몰’에서 요일별로 특별 포인트 적립 행사를 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창사 5주년을 맞아 구매 가격의 5%를 H포인트로 돌려주고 200달러 이상 구매한 소비자 중 555명을 선정해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전 계열사를 동원해 연합 할인행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둔화로 실적이 악화한 만큼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현대백화점그룹이 종합생활문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이벤트 판 커진 이유

과거 유통업계에서 11월은 대표적인 ‘쇼핑 비수기’로 여겨졌다. 전통적 성수기인 추석 연휴와 연말 사이에 낀 데다 특별한 휴일도 없어서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24일)와 중국 광군제(11일) 기간에 초특가 상품 직구가 이어지자 사정이 달라졌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직구족’을 사로잡기 위해 11월 연중 최대 할인전을 여는 것이 보편화했다.

올해 11월이 예년과 달라진 건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같은 e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진 환경 속에서는 아무리 대형 유통그룹이라도 온라인 플랫폼 단독 행사로 맞서기 힘들다”며 “통합 마케팅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이달 13~19일 열리는 ‘쓱데이’를 지난 6일 먼저 시작한 G마켓·옥션의 ‘빅스마일데이’ 마지막 주와 겹치도록 일정을 짰다. 가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빅스마일데이를 쓱데이 앞에 배치해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유통사(백화점·마트·편의점·면세점 등)로 오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대형 유통사 간 할인 경쟁이 가열하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코세페도 11일 개막한다. 코세페는 대형 유통사뿐 아니라 중소 백화점, 지역 기반 할인마트 등 중소 유통업체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제조사들도 참여한다는 게 특징이다. 서울 7개 자치구 대형마트는 코세페 기간에 의무휴업일을 변경해 12일 정상 영업한다.

송영찬/이미경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