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SG 사태 이어 영풍제지까지… 작전세력, 어떤 수법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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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작전 세력이 본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
"사채시장서 자금 빌린 뒤 미수거래 증거금으로 활용한 듯"

과거보다 길어진 통정매매 기간
사채자금 위험 부담 커... 자칫 세력도 당해
[마켓PRO] SG 사태 이어 영풍제지까지… 작전세력, 어떤 수법 쓰나
"사채업자로부터 실탄(현금)을 빌린 뒤 차액결제나 미수거래 등으로 작전주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합니다."

주식시장에서 과거 작전주 세력으로 활동했던 A씨는 최근 잇따른 시세조종 사건과 관련해 작전의 형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이 같이 말했다. A씨는 과거 '롤링팀'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 롤링은 주식을 사고팔면서 거래량을 늘려 주가를 올리는 행위로, 통정매매의 한 형태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6월 벌어진 5종목 동시 하한가 사태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주가조작이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영풍제지 주가조작에는 11개월간 100개가 넘는 계좌가 동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혐의계좌 중 상당수는 키움증권 미수계좌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수거래는 20~40% 증거금률로 주식 매수 자금을 증권사에서 빌려 사흘 안에 갚는 초단기 대출이다.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은 40%로 나타났다.

A씨는 이번 영풍제지 사태는 전형적인 주가조작 유형이라고 말한다. 그는 "작전 세력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명동의 사채자금으로, 연이자가 50%에 달하는 데다 석 달 내에 갚지 못하면 투자금의 배 가까이 더 물어줘야 하는데도 찾게 된다"면서 "주식계좌의 명의도 물론 사채권자들이 갖는다"고 말한다. A씨는 쉽게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세력들은 어쩔 수 없이 사채자금을 끌어 쓴다고 말한다.

사채업자로부터 실탄을 빌린 세력들은 롤링 계획을 짠다고 A씨는 말한다. 롤링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차액결제거래(CFD)나 미수거래 계좌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통정매매 하거나 외부에서 투자자를 모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A씨는 영풍제지의 경우 자체적으로 롤링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영풍제지 주가조작 세력은 약 2000억~3000억원가량을 사채시장에서 조달, 이후 미수거래 증거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과거와 달라진 점으로 통정매매 기간을 꼽았다. 최근 들어서는 장기간에 걸쳐 시세조종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전을 1년 이상 끌고 가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작전세력 중 누군가 배신하고 주식을 먼저 팔아버리면 의도치 않은 시기에 주가가 폭락하는데, 남은 세력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에 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던 A씨는 작전주의 주가가 계속 급등하려면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종의 폰지게임과 같은 원리라는 것.

A씨는 "피라미드처럼 더 많은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하면 피라미드는 붕괴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면서 "'내일 주가가 상한가로 갈 것'이라고 현혹한 뒤 실제로 사채업자로부터 받은 자금을 동원해 작전 중인 종목의 주가를 상한가로 만든다"고 말했다. 비이성적인 주가 앞에 밸류에이션 등 이성적인 판단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작전 세력 입장에서 사채자금은 큰 위험 부담이 따른다. 계좌를 쥐고 있는 사채권자들도 어느 정도 원하는 수익을 거두거나,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을 팔아치우기 때문이다. 반대매매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 이 과정에서 실질 주인이나 작전주 여부가 드러나기도 한다.

A씨는 "사채업자들은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반대매매 성격으로 가차 없이 매도해버린다"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지는데, 이 경우 작전주 세력은 쪽박을 차게 된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