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3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3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회사 합병이 결정된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가 24일 6% 넘게 오르면서 모처럼 상승세를 탔다. 전날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안에 '기권' 표를 던지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커졌지만 회사 측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일부 기관 역시 매수에 나서면서 이를 방어하는 모양새다.

이날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6.76% 오른 15만1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7.35% 오른 6만7200원에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그룹이 지난 8월 두 회사의 합병을 의결하면서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15만813원, 6만7251원에 근접했다.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셀트리온의 자사주 매입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날 셀트리온은 자사주를 21만5387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4만4000주를 매수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계산시 각각 323억원,163억원 어치다. 기관 역시 이날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기관은 셀트리온을 135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를 141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전날 셀트리온그룹은 주가 부양을 위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자사주를 각각 3450억원, 1550억원을 신규 매입하고 기존 자사주 물량 3600억원은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두 회사 주가는 합병안 통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셀트리온이 1.13%,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42%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셀트리온 지분의 7.43%를 쥔 최대 기관투자자 국민연금공단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합병안에 ‘기권’ 표를 던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셀트리온 주가가 합병안 통과 후에도 청구권 행사가격보다 낮다면 국민연금으로서는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득이다. 국민연금이 셀트리온 지분에 대해 모두 청구권 행사를 한다면 셀트리온그룹이 지출할 매수청구권 대금은 1조6404억원으로 셀트리온그룹이 제시한 한도 1조원을 크게 넘긴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 주가가 매수청구권 가격을 밑돌더라도 현재와 같이 큰 차이가 없다면 국민연금이 실제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냈지만, 이후 두 회사 주가가 상승하자 주가 상승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해 청구권 행사를 포기했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을 참고할 일부 기관들 역시 국민연금과 비슷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때는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보다 각각 4.4%, 6.6%가량 낮아지자 결국 국민연금이 청구권을 행사했다"며 "주가 흐름이 기관의 청구권 행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그룹이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면서 소액주주들도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날 셀트리온 주주들이 종목토론방에서는 "오늘부터 다음달 13일까지 매일 100주씩 매수하겠다", "개미들이 1주 사기 운동을 펼처 공매도 세력을 엄벌해야 한다"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를 독려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