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오너 4세 허윤홍 CEO로 등판…오너 책임경영 강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44·사진)가 GS건설의 최고경영자(CEO)로 경영 전면에 나선다. 지난 10년 동안 GS건설 CEO로 활동해왔던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잇단 시공 사고에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젊은 조직으로 세대 교체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GS건설은 20일 허 대표가 CEO로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GS그룹 최대주주인 허씨 일가가 지난 추석 연휴 때 모인 자리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생인 허 신임 CEO는 2005년 GS칼텍스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5년 GS건설로 옮겨 재무, 경영혁신, 플랜트, 주택,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2019년부터 직전까지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아 회사의 전체 신사업을 총괄해왔다. 지난해 신사업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임 부회장은 내년 주총 때까지 대표이사의 직위는 유지하며 신임 CEO에 대한 자문을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검사 출신으로 2013년 1월 입사한 뒤 같은 해 6월 CEO로 선임돼 CEO와 공동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약 10년 동안 GS건설을 이끌어왔다. 건설업계 최장수 CEO로 손꼽힌다.

허창수 회장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던 임 부회장은 올해 4월말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어려움에 처했다. 이 사고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자이'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5000억원 이상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했으며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정지 10개월 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고 이후 사의를 밝혔으나 사건 해결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직무를 이어갔다. 이달 진행중인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나섰다.

임 부회장의 퇴진과 허 대표의 전면 등장은 지난 10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고 오너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CEO가 사망 사고 발생시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 속에서 오너가 직접 책임 지겠다는 모습으로 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 상당수가 전문경영인을 앞에 내세워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대표이사에 묻기 때문에 법정 구속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GS건설의 최대주주는 허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다. 2분기 말 기준 허창수 회장이 지분 8.28%, 허윤홍 사장이 1.56%를 보유하고 있으며 허 회장의 동생들과 남촌재단의 지분 1.40%를 합쳐 총 23.64%를 확보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6.33% 보유하고 있다.

40대 중반의 허 사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GS건설의 세대교체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앞서 지난 13일 임원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집행 임원의 40%를 교체하고, 총 17명의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지난해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40대 4명을 임원으로 선임했다. 기존 6개 부문, 9본부에서 10개 본부로 재편해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리고 사업 여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정비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수습은 허 신임 CEO가 해결해야할 첫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당초 12월 입주였던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에 대한 보상안을 놓고 현재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GS건설이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지만 향후 공사 지체보상금 등을 놓고 LH와 책임소재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허 CEO가 LH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를 보면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