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이른바 ‘상가 쪼개기’가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조합원 등의 동의만 있으면 3.3㎡(1평)가 안 되는 지분을 갖고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가 쪼개기 폐단을 막기 위해 국회에 발의된 도시정비법 개정안 논의가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주권 노린 재건축 '상가 쪼개기' 6배 급증

상가 조합원 6배까지 늘어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정비구역 지정 등 재건축 초기 단계 전국 아파트 단지 32곳(서울 30곳, 지방 2곳)에서 지분이 쪼개진 상가는 총 123개로 집계됐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연도별로 분할된 상가 숫자도 급증했다. 2020년 한 해에는 12개 상가가 쪼개졌지만, 2021년 34개와 지난해 77개로 3년 새 6.4배 늘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총 50개의 상가가 분할됐다.

하나의 상가가 2~3개가 아니라 10개 이상으로 쪼개지는 사례도 많았다. 2021년 총 34개의 상가가 163개로 늘어났다. 쪼개진 수만큼 조합원도 증가했다. 해당 32개 단지의 상가 조합원 수는 2020년 173명에서 올해 9월 말 557명으로 3.2배(384명) 불어났다.

2020년 이후 상가 수 증가율이 높았던 단지는 서울 노원구 하계장미(6.7배), 마포구 성산시영(6.5배),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6배) 등으로 나타났다. 모두 재건축 기대가 높은 지역 대표 단지다.

주요 강남권 단지도 상가 조합원 수가 2~3배가량 늘었다.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은 2020년 41개였던 상가가 올해 9월 기준 118개로 증가했다. 조합원 수가 2.9배(77명)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강남구 개포우성3차는 13개에서 74개로, 개포현대1차는 21개에서 49개로, 개포경남아파트는 16개에서 36개로 상가가 쪼개졌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려 있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는 지난 6월 한 개의 상가가 50개로 쪼개지기도 했다. 폭이 1.5m 남짓이거나 총면적이 5㎡에 불과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 ‘지분 쪼개기’ 막는 법 통과 절실

재건축 초기 단계에서 단지 내 상가 지분 쪼개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법의 허점 때문이다. 현행법은 주택·토지 지분 쪼개기를 규제하고 있을 뿐 상가 분할을 통한 지분 쪼개기 관련 규정은 없다. 상가 소유주는 원칙적으로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정관에 명시하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에선 토지 등 소유자가 수십 명씩 늘어나 아파트 조합원과의 갈등으로 재건축이 지연되는 사례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 내 주요 지방자치단체는 ‘행위 허가 및 개발행위 허가 제한안’을 통해 상가 쪼개기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뒷북 대응’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영업을 위한 분할인지, 투기 목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다. 올해만 강남구(미도·미성 등 7개), 양천구(목동 1~8·10·12~14단지 등 11개), 송파구(올림픽선수촌 등 8개)가 초기 재건축 단지를 행위허가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국회에는 국토위 간사인 김정재(국민의힘)·최인호 의원, 김병욱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상가 쪼개기 방지법’(도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기준 산정일 이후에는 상가 지분 쪼개기를 금지하고, 좁은 토지에 대한 현금 청산 요건을 구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 의원은 “상가 지분 쪼개기로 투기 수요가 유입되면 사업이 지연되고, 조합원이 늘어나는 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든다”며 “개정안이 신속히 통과돼 도심에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