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복불복 시가 과세'에 건물주 날벼락
꼬마빌딩에 한정됐던 평가 방식
비주거용 전반으로 넓혀 과세
세금 훌쩍 뛰는 사례 잇따라
○시가로 세금 매기는 부동산 급증

당초 국세청의 감정평가는 꼬마빌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거래가 자주 이뤄지지 않아 공시지가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지는 점을 활용한 절세 수단으로 조명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세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고쳐 2020년부터 꼬마빌딩에 대한 시가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2020년 시행된 개정안은 상속일 전후 6개월, 증여일 전후 3개월간 비슷한 자산의 매매·수용·공매·감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더라도 그 후 3개월(법정 결정기한)간 국세청이 감정기관에 의뢰해 과세 대상인 비주거용 부동산을 시가평가해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개정안이 시행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535건의 감정평가를 했다. 이를 통해 산출한 부동산 가치는 총 5조7678억원으로 납세자들이 신고한 가격(3조3271억원)보다 73.5% 높았다.
○‘소급 감정까지 인정’에 불안 증폭
최근 국세청의 과세방식을 인정해주는 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건물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국세청이 상속세 약 22억원을 더 부과한 조치에 불복해 건물주 C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C씨는 2019년 10월 12일 서울 강남구의 꼬마빌딩을 상속받았다. 그 후 당시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상속세 약 27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그런데 서울지방국세청이 2020년 11월 C씨를 상대로 세무조사한 뒤 해당 꼬마빌딩을 시가로 평가했다. 감정평가서 작성 시기는 2021년 1월, 평가과정에서 적용한 가격 산정 기준일은 상속일로 했다. 이를 근거로 약 22억원 늘어난 상속세 49억5400만원(가산세 포함)을 고지했다.뒤늦게 감정평가를 하면서 1년3개월 전 가치를 산정한 것이다. 감정평가 대부분이 최근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보니 적절한 방식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비주거용 부동산을 시가평가하려면 상속일 이후 1년3개월 안에 감정평가해야 한다. 이 사건 외에도 현재 꼬마빌딩 상속·증여세 불복소송 중 상당수가 ‘소급 감정’ 사례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에도 법원은 과세당국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시가격을 시가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면 감정을 통해 상속재산의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며 “소급 감정으로 산출된 가격이라도 시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건물주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세청 기준을 충족하는 대상 중 일부만 선정해 시가를 바탕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데다 한참 전 가치를 감정평가하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한 꼬마빌딩 주인은 “이번 판결이 법원 기준이 되면 국세청의 자의적 재량이 허용돼 납세 범위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진성/민경진/박시온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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