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커털린 커리코 헝가리 세게드대 교수와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을 계기로 mRNA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mRNA 기술은 감염병 예방 백신을 넘어 암 치료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mRNA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mRNA로 암 정복"…K바이오도 '열공 중'

mRNA, 암 치료 패러다임 바꾼다

m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복사해 세포 내 리보솜에 전달해준다.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에 설계도를 전하는 역할이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모든 단백질을 우리 몸속에 만들게 할 수 있다.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백신뿐 아니라 다양한 치료제로 mRNA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 분야에선 이미 mRNA가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모더나는 미국 머크(MSD)와 함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mRNA 기반 암백신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2상에서 암재발 위험을 44% 낮췄다. 바이오엔테크도 로슈와 함께 췌장암 환자의 재발률을 낮췄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몸의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 백신을 이용하면 암의 재발을 막을 뿐만 아니라 암을 예방할 수 있다”며 “mRNA 암백신은 맞춤형 백신 개발에도 적합하다”고 했다.

확장성뿐 아니라 빠른 개발 속도도 mRNA 기술의 장점으로 꼽힌다. mRNA 백신의 경우 제조까지 2~3주면 충분하다. 단백질 기반 백신은 3~4개월 정도 소요된다.

국내서도 mRNA 연구 활발

국내 기업도 mRNA 기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맞춤형 암백신 효과를 높이는 항원 발굴을 위한 딥러닝 모델을 구축했다. mRNA 암백신 상용화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SML바이오팜, 올릭스의 자회사 엠큐렉스 등도 mRNA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에스티팜, 아이진, 큐라티스는 자체 mRNA 플랫폼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상용화한 mRNA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도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다. 레모넥스는 초저온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 mRNA를 상온 보관할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 중이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커리코 교수가 mRNA 글로벌 포럼에 레모넥스를 초청하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 mRNA 연구 예산 80% 삭감

국내 기업 가운데 상용화 단계의 mRNA 플랫폼을 확보한 곳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과 함께 mRNA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mRNA 개발 관련 정부 예산은 올해 277억원이지만 내년에는 51억원으로 삭감된다.

이미 mRNA 플랫폼을 획득한 미국과 일본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mRNA 기술을 이용한 암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2400만달러(약 326억원)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3월 선진적연구개발전략센터(SCARDA)를 설립하고, 차세대 백신 개발을 위해 2027년까지 20억달러(약 2조7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현아/김유림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