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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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사진)가 구글이 검색엔진을 앞세워 인공지능(AI) 업계의 불공정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검색 시장 내의 독점적 지위를 기반 삼아 AI 시장에 지배력을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나델라 CEO는 이날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서 "구글의 온라인 검색 시장을 계속 지배한다면 정보기술(IT) 업계에 '악몽'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증언했다.

구글의 검색시장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이번 재판은 1998년 MS에 대한 반독점 소송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소송으로 꼽힌다. 시장 내 경쟁을 우선시하는 미국에선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구글 같은 빅테크도 검색 사업 등 주요 사업을 분할 해야 한다.

나델라 CEO는 이날 증언에서 "인터넷을 오픈 웹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구글 웹'밖에 없다"며 "MS의 검색엔진 '빙'에 1000억달러(약 135조원)를 투자했지만,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글에 검색한다"고 말했다. '검색 공룡'이라 불리는 구글의 지배력 때문에 온라인 생태계가 모두 구글에 종속됐다는 주장이다.

나델라 CEO가 작심하고 구글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나델라 CEO의 증언에 대해 "3시간 30분 이상 이어진 증언에서 나델라 CEO는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로 MS가 구글의 검색 엔진을 뛰어넘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나델라 CEO는 구글이 AI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나델라 CEO는 "구글이 검색 시장 지배력을 차세대 AI 기반 도구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구글이 검색 광고 수익을 활용해 새로운 AI 기반 검색 플랫폼에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 독점권을 확보함으로써 지배력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델라 CEO는 사용자가 검색 기본값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완전한 가짜'라고 지적했다. 나델라 CEO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기본 설정을 변경하는 것은 모두 잠겨 있기 때문에 사실상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나델라의 이 같은 증언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 무선사업자들에게 거액을 지불하며 불법적으로 검색 엔진 독점권을 유지했다는 미 법무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구글 측 변호사는 이날 나델라 CEO의 증언에 대해 "MS의 빙이 구글보다 열등한 것은 MS가 투자를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MS도 통신사 버라이즌이나 블랙베리 제조사 등에 빙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지만,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데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