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 위반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씨 외 5명이 병역법 제3조 제1항(병역의무조항)이 “기본권 침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병역의무조항은 청구인 A씨 등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A씨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2019년 4월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 제8조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8조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18세부터 병역 준비역에 편입된다’고 정한다. 이 사건의 나머지 청구인은 병역의무를 이행할 예정이거나, 불이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내국인 남성들로 2020~2022년 A씨와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부분인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의 위헌성을 심리했다. 헌재는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에 대해 합헌으로 판단하고, 청구인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헌재는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는 국민 중 병역의무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안보 상황·재정 능력을 고려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국군이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제반 사정을 고려해 법률로 국방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형성해야 하는 국회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존중할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유한 점, 보충역과 전시근로역도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편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인 점, 비교법적으로 봐도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 개 나라 중에서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는 극히 한정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 헌재가 병역의무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