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츠, 공포에 사라"…높아진 배당률, 강해지는 저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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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츠, 공포에 사라"…높아진 배당률, 강해지는 저점 전망
국내 리츠 시장의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린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 투심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리츠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는 분할 저점매수의 타이밍이 오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저점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배당률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포에 사라’는 투자 세계의 오랜 격언이 통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배당률 10% 넘는 리츠 속출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규모간 큰 리츠 10개로 구성된 ‘KRX 리츠 톱(Top)10’ 지수는 올들어 9.19% 떨어졌다. 올초 860선이었던 이 지수는 777.97까지 하락했다. 주요 리츠들의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NH올원리츠는 올들어 8.71% 하락했다. 경기도 분당 분당스퀘어, 서울 당산 에이원타워 등 오피스 부문, 도지물류센터 등 물류부문, 엔스퀘어 등 리테일 부문에 투자한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도 올해 16.07% 하락했다. 대형쇼핑몰인 인천 스퀘어원, 호텔인 용산 그랜드머큐어 등에 투자하는 리츠다.

경기도 수원시 광교센트럴푸르지오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리츠, 서울 중구 태평로 빌딩·경기도 성남시 호스트웨이 IDC 등 서울 경기 지역 오피스 빌딩에 주로 투자하는 이지스밸류리츠로 각각 13.25%, 6.74% 하락했다.

가격 하락으로 현시점 배당수익률은 9~10%까지 높아졌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NH올원리츠의 연배당률을 10.7%였고,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배당률은 10.1% 였다. 미래에셋맵스리츠와 이지스 벨류리츠의 배당률은 각각 10%, 9.8% 였다. 통상 리츠 배당률이 5%대 인점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를 감안해도 높은 실질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을 여전히 얼어붙어있지만 증권가의 투자전망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이유다.

리츠 가격도 부동산 PF우려가 극에 달한 지난해 말 당시 최저점에 가까워진 만큼, 더이상 큰폭의 급락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NH올원리츠의 경우 최저점은 2895원(2022년 10월)이었는데 현재 3090원으로 그 수준에 가까워졌다. 단기 차익보다는 높은 배당과 중장기적 자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분할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리스크 지속과 미국 고금리 장기화 압력 등의 불안 요인에 따라 단기간 내 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배당수익률 확대 기대로 중장기 관점에서의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심이 급격히 약화된 것에 비해 국내 오피스 시장의 펀더멘탈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외 거시경제 변수와는 별개로 오피스 공급 대비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실률은 리츠의 배당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공실률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만큼 배당 중단 혹은 감액 리스크가 낮다는 관측이다.

이달 발표된 정부의 리츠 리스크 제한 조치 역시 기대요인이다. 리츠 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리츠 감독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기존의 사후관리 감독에서 사전관리 중심의 감독체계 개편, 검사기준 개선, 제재 실효성 강화 등이 주 내용이다. 시장은 리츠 시장 내 건전성 및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투심 강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리츠 ETF로 분산투자 전략 유효”


단일 리츠 투자가 불안하다면 여러개의 리츠를 함께 묶어놓은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로 리스크를 한단계 더 낮출 수 있다. 만약 개별 리츠의 재무 부실이 나타나 가격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리츠 중 가장 큰 규모의 상품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로 순자산은 2805억원이다. 롯데리츠, 신한알파리츠, 삼성FN리츠 등 9개 리츠와 맥쿼리인프라에 투자한다. 리츠 가격하락으로 리츠ETF 역시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는 올들어 8.25% 하락했다. 가격 하락으로 배당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다만 낮은 리츠부터 높은 리츠까지 분산해 투자하고 있는만큼 연분배율 7.17%대다.

‘ARIRANG K리츠Fn’,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도 상장돼 있다. ARIRANG K리츠Fn는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롯데리츠 등 12개 리츠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가격은 올해 12.82% 하락했고, 현 시점 연분배율은 6.4%다. 액티브하게 리츠에 투자할 수 있는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도 있다. 현재 16개 리츠에 투자하고 있는데, 액티브 상품인만큼 종목과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 올해 가격이 8.41% 하락해 현시점 연분배율은 5.8%다.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대신 간접 재투자를 하는 만큼 수수료가 있는 건 리츠ETF의 단점이다. 총보수는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가 0.29%, ARIRANG K리츠Fn이 0.25%다.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는 액티브 운용 ETF라 수수료가 0.52%로 상대적으로 높다.

한 펀드매니저는 “현 시점 리츠나 리츠ETF를 가장 유망한 자산으로 보는 매니저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적립식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해외리츠에 대해선 "국가, 섹터 선별 필요"

"K-리츠, 공포에 사라"…높아진 배당률, 강해지는 저점 전망
해외 리츠 투자와 관련해선 국가와 섹터 선별이 중요해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펀더멘탈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을 보이고 있는 국내 오피스 시장에 비해, 미국 등에서는 임대료 및 공실률에서 부실이 관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블룸버그와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오피스 섹터의 전체 리츠 배당금은 이전달에 비해 4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 빌딩들의 공실률 상승, 그에 따른 임대료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올해 2분기 기준 공실률은 18.2%에 달했다. 올초부터 제기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관련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츠 가격 하락이 나타났지만, 배당액도 감소하고 있어 오피스 분야 배당률 자체는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리츠시장내에서도 물류, 주거 분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당액 감소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가별로 보면 특히 일본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리츠는 지난 1개월 간 1% 미만의 가격하락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글로벌 리츠는 6% 떨어졌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일본 리츠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안정적인 임대율, 낮은 금융비용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오피스 빌딩, 호텔 등 모든 분야 리츠에서 배당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호텔 시장 호황은 일본 건물에 대한 해외투자 수치 등에서도 간접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일본 호텔 인수를 위한 해외투자자들의 투자액은 20억 달러(약 2조 6750억원)를 돌파했다. 지난해(14억 달러) 한해 동안의 투자금액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산가격 및 실적 방어률이 높은 국가로는 일본, 섹터로는 물류 등 분야의 리츠가 유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