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최종병기' 뉴진스
요즘 가장 핫한 K팝 걸그룹은 뉴진스(NewJeans)다.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 등 멤버 5명이 모두 10대로, 가장 어린 혜인은 이제 15세다. 호주 국적자도 두 명이다. 하니는 부모 모두 베트남 출신으로 호주에서 나서 자랐고, 다니엘은 호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작년 7월 데뷔한 뉴진스는 시대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아온 패션 아이템 진(Jean)처럼 새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를 그룹명에 담았다고 한다.

해외에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3일 미국 시카고 그랜드파크에서 열린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에서 뉴진스의 공연이 시작되자 7만여 명이 ‘떼창’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새롭다. 기존 K팝 걸그룹이 ‘걸크러시’ 콘셉트로 승부한 것과 달리 듣기 편안한 음악으로 세계 팝시장을 파고들었다. K팝 특유의 격정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와 사뭇 다른 스타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데뷔 1년 만에 이룬 성과를 감안하면 뉴진스가 가까운 시기에 블랙핑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주 공개된 빌보드 차트에서 뉴진스의 미니 앨범 2집 ‘겟 업(Get Up)’이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했다. 데뷔 6년 만에 1위에 올랐던 블랙핑크에 이어 국내 걸그룹으론 두 번째다. 이뿐만이 아니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는 뉴진스의 ‘슈퍼 샤이’ ‘ETA’ ‘쿨 위드 유’ 등 3곡이 동시에 진입했다. 핫100에 3곡을 동시 진입시킨 K팝 그룹은 BTS뿐이었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 직후 열린 K팝 콘서트에 뉴진스가 등장해 4만여 명 스카우트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19개 K팝 팀 중 뉴진스는 대회조직위원회가 공들여 섭외한 ‘최종병기’였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잼버리다. 우리의 준비 부족으로 청소년들이 대회 초반 큰 불편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북상해 일찍 대회장을 떠나야 했다. 기업 대학 등 민간의 지원 덕에 대원들은 그나마 사흘 동안 다양한 일정을 통해 한국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추억은 뉴진스가 등장한 K팝 공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류시훈 논설위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