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오락가락 새만금 개발사
전라북도 서부의 호남평야는 동서 길이 50㎞, 남북 길이 80㎞에 이르는 한반도 최대 평야다. 그중 동진강·만경강 유역에 각각 펼쳐진 것이 김제평야와 만경평야인데, 둘을 합쳐 금만(金萬)평야라고도 한다.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간척하는 새만금 사업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전북 군산-김제-부안을 잇는 33.9㎞의 세계 최장 방조제를 연결해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409㎢의 ‘새로운 금만평야’를 만든다는 뜻이다.

군산·부안 일대는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0년대부터 부족한 농지 확장을 위한 간척 대상지로 검토됐다. 5공 때도 추진하다가 경제성 문제로 접었던 서해안 간척사업이 다시 등장한 것은 1987년 대선 때였다.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호남 표심을 겨냥해 새만금 간척사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1991년 11월 방조제 건설의 첫 삽을 떴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1996년 시화호 오염 문제의 여파가 새만금으로 번져 환경단체와 소송을 벌이느라 2006년까지 사업이 중단됐다. 우여곡절 끝에 방조제가 2010년 4월 준공되고 새만금종합계획개발이 확정됐으나 끝이 아니었다.

새만금은 태생적으로 ‘정치적’이었다. 전북 도민의 숙원으로 포장된 새만금 사업은 역대 대선 후보마다 거부할 수 없는 이슈였다. 그러나 환경 이슈가 커지고 쌀 소비량이 줄면서 새만금을 농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만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만금 토지의 28%를 비농지로 개발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후 정권마다 새만금 청사진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두바이’를 내세웠고, 박근혜 정부는 한·중 경협단지,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단지 조성을 표방했다.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 국가산단을 2차전지 특화단지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 사례를 보면서 이젠 새만금에서 정치를 지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5년마다 정책의 큰 줄기가 바뀌고,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따먹기에 급급한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생각에도 벽해상전(碧海桑田)의 대변화가 필요하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