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6일 오후 3시 17분
(사진=다올투자증권)
(사진=다올투자증권)
교사 출신인 ‘슈퍼개미’ 김기수 씨가 중견 증권사 다올투자증권의 이병철 회장 지분(25.26%)을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두 달 반 전쯤 ‘CFD(차액결제거래)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급락하자 시장에서 지분 14.34%를 확보해 단숨에 이 회장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2018년 권성문 전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 회장과의 분쟁 끝에 경영권을 확보한 이 회장이 다시 경영권 분쟁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김씨는 최근 이 회장 측에 지분 매입 의사를 전했다. 현재 주가 수준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이 회장 지분을 모두 사들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회장은 특수관계인과 함께 다올투자증권 지분 25.26%(1538만5736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회장은 이런 제안을 받고 임원들과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와 특수관계인은 다올투자증권 지분 5% 미만을 보유하고 있다가 CFD 사태로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폭락하자 주식을 쓸어 담았다. 다올투자증권은 CFD 사태로 지난 4월 24일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튿날 장중 2875원까지 떨어졌다. 김씨는 같은 달 28일 이후 3140~4272원 수준에서 집중 매수했다.

"다올 회장 지분, 더블로 사겠다"…적대적 M&A 나서나

김기수 씨와 특수관계인은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보고서’에서 다올투자증권 지분 매입 목적을 ‘경영참여’로 하지 않고 단순 투자의 한 종류인 ‘일반투자’로 공시했다. 그는 공시를 통해 “배당 증액 요청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다올투자증권은 다올자산운용과 다올저축은행, 다올프라이빗에쿼티(PE)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투자은행(IB)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눈에 띄는 실적을 올렸지만 작년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태가 터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은 4조4980억원, 자기자본은 7670억원이지만 6일 현재 시가총액은 2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김씨가 저평가된 다올투자증권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최근 이병철 회장에게 경영권 인수 제안을 한 것은 적대적 M&A에 나서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이 김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분을 매각할지는 미지수다. 이 회장이 김씨의 요구를 거부하면 김씨 측은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 매입에 나선 김씨가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밝힌 게 공시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씨는 자신 명의로 다올투자증권 지분 7.07%를, 부인 최순자 씨 명의로 6.4%를, 사실상 가족회사인 순수에셋을 통해 0.87%를 나눠 매입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을 10% 넘게 보유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되는 주요 주주는 특별관계자를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고 계산 주체로 보기 때문에 김씨는 심사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측은 한국경제신문에 “M&A와 관련한 어떤 제안도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에 대해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런 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고 했다.

박종관/이지훈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