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에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서울 종로구 청계천과 전남 완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등 곳곳이 통제되고 비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와 남부·충청·전북 지역의 호우 특보는 26일 오전 해제됐지만 27일까지 일부 지역에서 최대 200㎜의 큰비가 다시 예고됐다. 행정안전부는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전국, 큰비로 피해 잇따라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장마 시작부터 큰비가 내렸다. 제주 해안동 삼각봉은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누적 강우량이 290.5㎜에 달했다. 서귀포시 토평동 한라산 남벽에도 230.5㎜의 비가 내렸다. 전남 나주시에 시간당 60.5㎜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광주·전남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비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 25일 밤엔 대구 두류동 한 주택(맨션)의 3m 축대 위에 있는 5m 높이 담벼락이 무너져 주민 29명이 긴급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길가에 주차된 차량 4대가 담벼락 잔해에 깔려 파손됐다. 이 주택은 1979년 건축된 5층짜리 1개 동 16가구 규모의 건축물이다.

26일 오전 6시께엔 부산 송정동 신녹산 변전소 고장으로 경남 창원지역 아파트에 일시 정전이 발생했다. 승강기(15건)에 고립된 9명이 소방에 구조됐다. 경북 상주시에서는 침수 우려로 주민 한 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광주 북구와 제주도에선 도로변에 있던 가로수나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주요 관광지와 산책로에서도 통제가 시작됐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은 이날 오전 침수 위험으로 산책길이 통제됐다. 국립공원 두 곳(지리산·다도해)도 출입이 금지됐다. 풍랑이 거세 목포~홍도, 인천~백령도 등 28개 항로가 막혀 배 39척이 발이 묶였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 충북 충주·제천·음성 등에, 오후 7시부터 강원 원주에, 27일 0시부터 전북 장수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소강상태 후 또다시 큰비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국에 내린 비는 27일 오전까지 지속되다가 소강상태를 보인 뒤 29일부터 다시 전국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과 27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50~150㎜(많은 곳은 200㎜ 이상),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남부지방, 서해5도, 울릉도·독도는 30~100㎜, 강원 동해안 10~50㎜다. 특히 제주 지역은 최대 500㎜ 이상 내리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상하고 있는 정체 전선이 서쪽에서 온 저기압과 만나면서 큰 비구름이 형성됐다”며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정체전선이 다시 활성화해 큰비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체전선이란 전선을 형성하는 두 기단의 세력이 비슷해 한곳에 오래 머무는 전선이다. 한반도에선 초여름 정체전선의 일종인 장마전선이 형성된다.

행안부는 이날 오전 3시부로 호우 대처를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위기 경보 수준은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장마철과 관련해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며 참모들에게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안부는 이날 한창섭 행안부 차관 주재로 17개 시·도 부단체장과 ‘제6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 ‘제3차 안전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범정부 풍수해 대책 점검 특별팀을 구성해 자연 재난에 대응하고, 인명피해 우려 지역(5600곳)의 집중관리에 나섰다.

김우섭/김대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