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한국 스타트업 CEO에 부족한 건 비전 설득력"
“한국의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비전을 남들에게 제시하는 데 약한 편입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가장 중요한 역량이 ‘비전 설득력’입니다.”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사진)는 지난 7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오렌지플래닛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남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한인 투자전문가로 꼽힌다. 2000년 투자전문사인 스톰벤처스를 설립해 20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자금의 절반을 실리콘밸리에, 나머지 절반은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컴투스, 블라인드 등도 이 기업에서 자금을 수혈했다.

남 대표가 최근 주목하는 투자처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SaaS는 업무 흐름을 자동화한 소프트웨어를 구독 형태로 공급해 수익을 낸다. 남 대표는 SaaS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하고, 이 분석 데이터를 SaaS가 다시 활용하는 순환 구조가 정보기술(IT)업계 전반에 뿌리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남 대표는 “최근 소프트웨어 분야 변혁의 첫 물결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디지털 전환(DX)이었다면 그다음 물결은 AI”라며 “클라우드와 AI를 사업에 접목한 기업만이 이 물결에 올라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는 한국인 창업자가 미국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 창업자들은 열정적이고 유능하지만 비전을 남들에게 설득하는 데엔 약점이 있다”며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스라엘계, 인도계 CEO들이 적극적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직원 규모가 20명 이하일 땐 현장형 리더가, 20~100명일 땐 관리형 리더가 필요하지만 100명 이상으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 비전을 제시하며 인재를 양성하는 ‘학장’형 리더가 중요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대표의 이번 방한은 그의 책 <생존을 넘어 번창으로(Survival to Thrival)>의 속편 출간에 맞춰 성사됐다. 그는 창업자, 투자자, 이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스타트업 운용에 대한 조언을 남기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은 창업 생태계에서 ‘혁신 확산 활동’의 일환으로 남 대표의 책을 번역 출간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21년 말 첫 편인 <생존을 넘어 번창으로:1 기업의 여정을>을 출간한 데 이어 지난달 <생존을 넘어 번창으로 2:리더의 도전>을 출간했다. 남 대표는 앞으로도 오렌지플래닛과 함께 벤처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지식들을 한국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주현/최진석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