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별세…평생 신약개발 매진한 선구자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사진)이 3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2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나 서울고, 동국대 법학과를 나온 이 명예회장은 부친인 성천 이기석 창업주가 1945년 세운 JW중외제약에서 ‘제약보국’ 실현에 앞장섰다. 1966년 JW중외제약에 입사했으며 1969년 국내 처음이자 세계 두 번째 합성항생제인 리지노마이신 개발에 기여했다. 이런 공로로 1969년 발명의 날에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고인은 JW중외제약을 신약 개발 기업으로 바꾸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직원들 앞에서 “죽기 전 인류에 도움 되는 신약을 개발하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신약 개발의 길이라도 닦으면 만족한다”고 말한 일화가 유명하다. 1970년대엔 국내 첫 소화성궤양 치료제 ‘아루사루민’, 진통·해열제 ‘맥시펜’, 빈혈치료제 ‘훼럼’, 종합비타민 ‘원어데이’ 등을 선보였다.

국산 신약 개념조차 생소하던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세웠다. 1992년 국내 첫 합작바이오벤처인 C&C신약연구소를, 2000년에는 미국 현지 연구소인 JW세리악을 설립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초대 이사장, 한국제약협회장 등을 지냈다.

필수약 국산화를 위해 수액 산업에 투자를 집중했다. 1997년 국내 처음으로 환경호르몬 없는 수액백을 개발했다. 2006년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수액제 공장을 세웠다. 당시 그는 “1600억원 들여 한 개에 1000원 정도 하는 수액 공장을 짓는다니까 ‘우리 시대의 마지막 바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투자 뒷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공장은 JW중외제약이 아시아 제약사 최초로 유럽에 자체 개발 수액을 수출하는 기반이 됐다. 2011년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세웠다. 이 명예회장은 지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영면했다.

장례는 JW그룹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으며 조문은 5월 1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 JW그룹 측은 “이 회장의 유지와 유족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사양한다”고 밝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